청와대의 부동산 메시지가 ‘불신의 늪’에 빠졌다. 미래통합당과 보수 진영이 아니라 시민단체와 진보 진영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확언은 부동산 시장 불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다주택을 보유한 청와대 참모들, 집값 급등의 수혜자가 된 정책 담당자들의 처신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안정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우리 정부 기간 내에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힌다”고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청와대 메시지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는 양상이 되풀이됐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만 22차례다. “부동산에 지지 않겠다”는 단언이 반복되지만 ‘내성’이 생긴 부동산 시장은 폭등하면서 메시지의 신뢰도를 흔들고 있다.

진보 진영마저 비판을 쏟아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0일 “문 대통령에게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다면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은 청와대 참모들을 즉시 교체하고, 정부 고위직 가운데 투기 세력부터 내쫓아달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역시 지난 29일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취임 이전으로 집값을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갔다”고 지적했다. 조기숙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도 “교육은 포기했어도 부동산만큼은 중간이라도 가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발 돌출 발언도 부동산 불안을 부추겼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지난 1월 “부동산 매매허가제 주장에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됐다. 청와대는 “개인 의견”이라며 즉각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 혼선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동산 정책을 두고 청와대 참모들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청와대 내에 여전한 2주택 이상 다주택 참모들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나선 청와대를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수도권과 투기지역에 2채 이상 집이 있는 참모는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 6개월 내로 1채만 남기고 매각하라고 권고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당시 브리핑에서 “정부가 부동산 안정 대책을 만들어 발표하는 마당에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대통령 참모들이 솔선수범해야 정책이 좀 더 설득력 있고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김조원 민정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 박진규 신남방·신북방비서관,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은 여전히 수도권과 투기지역 다주택자다. 이후 임명된 강민석 대변인도 1.5채를 보유하고 있다. 수도권 이외 지역까지 포함하면 전체 다주택자는 12명으로 늘어난다. 노 실장 본인부터 서울 반포동과 충북 청주에 각각 아파트 1채를 갖고 있다.

청와대는 저마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애초에 수도권에 2채 가진 참모 중 부득이한 사정이나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경우 1채만 남기고 매각하라고 권고한 것”이라며 “자녀나 부모 등이 거주하고 있는 경우 등 개별적으로 재산신고를 할 때 부득이한 사정에 대해 해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다주택 참모와 관련해 “공직자들이 솔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정부 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들이 집값 폭등 수혜자가 되면서 ‘메신저’ 자체가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실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보유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시세는 2017년 1월 17억8000만원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28억5000만원으로 10억7000만원이나 올랐다. 경실련은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경기도 과천 아파트 시세도 3년 동안 10억4000만원 뛰었고, 김상조 실장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도 15억9000만원으로 3년 전보다 4억4000만원 올랐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사례는 더 많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서울 흑석동 재개발 상가 투기 논란으로 낙마했다. 문 대통령이 같은 해 3월 “주택 시장의 안정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주거복지를 실현하겠다”며 지명했던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청와대의 부동산 메시지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구체적 내용을 떠나 정책 신뢰의 문제다. 부동산 안정에 강력한 의지 표명과 대책 마련이 너무 자주 반복되면서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내성을 강하게 만들었다”며 “참모들 개인적으로 다 사정이 있겠지만 일반 장삼이사들도 다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 청와대 구성원들이 정말 부동산 시장 안정을 바라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계속될 예정이다. 경실련은 1일 청와대 앞에서 다주택 공직자 주택 처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좀 더 진솔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매각 권고대로 (참모들을) 움직이게 할 것”이라며 다주택자 매각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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