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질서 재편 시 우호 관계 중요”

[일본 수출규제 1년] 근본 원인 해소 못하면 국제사회 고립 초래할 수도


정부는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자립화를 추진하는 등 독자적인 생존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 반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은 그대로 뒀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갈등 요인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고립되는 등 장기적인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전 통상교섭본부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뿐 아니라 한국까지 모두 갈등을 이성적으로 풀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수출규제로 가져가 갈등을 일으켰고, 한국은 수출규제 갈등을 안보 문제(지소미아)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정부의 산업적인 대응책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버틸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범위를 넓힐 경우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이 장비 분야에 추가 수출규제를 가할 경우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도 확정 판결까지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의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만든 정치적 갈등 요인 때문에 기업의 비용이 증가했다면 그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줘야만 한다. 기업이 살아남을 방법을 찾도록 유도하는 식의 지원책은 근본 해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도 “정부는 어떤 연구개발이 효과적인지 분석하고, 민간에서 소재부문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을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 장기화가 한국의 국제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주요 7개국(G7)에 한국을 참여시키겠다고 밝히자 일본이 곧바로 반대하며 교착상태가 됐다. 일본이 얼마든지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둘러싼 새 국제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한국의 참여가 막혀 산업계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해 국제 공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터라 오히려 한국 정부가 외교적 갈등을 해결할 적기라는 의견도 있다.

최 교수는 “양국 갈등의 본질인 강제징용 판결은 국제중재에 맡기고,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2~3년간 양국이 수출규제를 철회하고 협력체계를 재건한다고 합의하면 갈등을 보다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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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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