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1년] ‘소부장’ 의존도 줄었지만 불확실성 여전

일본, 대한 수출규제 발동 1년… 미·중 갈등 속 ‘2차 보복’ 등 우려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발동하기 전만 해도 기업의 관심사는 철저히 ‘수익성’이었다. 대기업은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같은 기술력이면 국적과 상관 없이 더 싼 값에 공급하는 협력사를 찾았다. 소재 분야에 특히 강한 일본이라는 수입처에 의존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일 갈등이 끼어들면서 이 구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첨단 화학소재 분야 수출 제한을 겪은 대기업은 일본을 대체할 방법을 모색했다. 핵심 소재 물량 확보가 다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부터 변화가 일어났다. 미약하나마 소부장에서 찾기 어려웠던 대-중소기업 ‘상생’이 형성되기도 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발동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변화가 왔을까.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분야는 2017년만 해도 국산화를 비롯한 ‘자체 조달률’이 27%에 불과했다. 3년 사이 자체 조달률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대신 국내 업체와의 협업 같은 전에 없던 상황이 눈에 띈다. 고순도 불화수소 생산 업체인 솔브레인은 공장 증설을 단행해 협업 구도를 만들고 있다. 규제 전 총 수입액의 42.4%에 달했던 일본산 불화수소 비중은 현재 9.5%로 대폭 낮아졌다.

자구책을 찾는 경우도 나왔다. SK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는 자체 기술로 고순도 불화수소 양산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의 고민거리를 해결한 것이다. 특례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도 적용받지 않는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규제 여파를 맞은 디스플레이업계는 새로운 협력사를 물색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가 자체 기술을 확보해 디스플레이 수요업계와 시제품을 검증하고 나섰다.

정부의 측면 지원도 가동됐다. 한·일 갈등으로 기업에 비용 증가를 가져온 대신 소부장 연구·개발(R&D)을 비롯한 예산을 쏟아붓기로 했다. 7년간 7조8000억원을 투입해 자립화를 비롯한 소부장 국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올해에만 2조원가량이 투입된다.

이처럼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는 평가가 많다. 3대 핵심 소재 중 포토레지스트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지난 1~5월 포토레지스트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했다.

일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100대 품목의 수입선 다변화를 꾀한 전략도 약점을 안고 있다. 다른 국가와의 외교 문제가 발생하면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구도다. 근원적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 달로 예정돼 있는 법원의 일본 기업 국내 자산 현금화 조치에 따른 일본의 2차 보복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등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이웃 국가와의 계속된 갈등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구분해야 하며, 정부의 R&D 지원 효과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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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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