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문병호 교수] 벽돌책?…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새 버전 ‘기독교 강요’

‘1559년 라틴어 최종판 직역 기독교 강요’ 펴낸 문병호 총신대 신대원 교수

문병호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출판사 사무실에서 최근 출간된 ‘1559년 라틴어 최종판 직역 기독교 강요’ 완간 소감을 밝히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구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종교개혁자 장 칼뱅(1509~1564·영어명 존 칼빈)의 ‘기독교 강요’는 기독교 역사상 손꼽히는 신학서이자 인문 고전이다. 개신교 근본 교리를 치밀하게 논한 책인 만큼, 분량과 내용 모두 묵직하다. 요즘 말로 ‘벽돌 책’이다. 학술서로 느껴져 전공자가 아닌 이상 선뜻 도전하기 어렵다.

칼뱅 전문가인 문병호(57)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오해라고 단언한다. “‘기독교 강요’는 누구나 읽을 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유익하고 심오한 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칼뱅의 문체를 ‘나뭇가지 위에서 노래하는 새’에 비유한다. 글에 치밀한 논리와 심오한 사상이 들어있지만, 새소리처럼 내용을 명징하게 전달한다는 의미다.

최근 문 교수는 이런 철학을 담아 ‘1559년 라틴어 최종판 직역 기독교 강요’(생명의말씀사·전 4권)를 펴냈다. 2011년에 시작해 10년 만의 탈고다. 출판사는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번역으로 기독교 강요의 세대교체를 선언합니다’라고 홍보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출판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문 교수는 고려대 법학과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웨스턴신학교(석사)와 영국 에든버러대(박사)에서 줄곧 칼뱅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칼뱅신학 권위자 데이비드 라이트와 존 헤셀링크, 유진 오스터헤이븐을 은사로 모셨다. 세계칼뱅학회장을 역임한 라이트 박사와는 박사과정 중 매주 라틴어로 된 칼뱅의 원전을 함께 섭렵했다. 이때 같이 공부한 동기들은 옥스퍼드대 등 영국 명문대 신학과 교수가 됐다.

2004년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가 된 후에도 은사와 동문들과 교유를 이어가던 중 의미심장한 질문을 받는다. ‘한국에는 기독교 강요 번역본이 없지 않느냐’는 물음이었다. 2006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칼뱅학회 도중이었다. “‘기독교 강요’ 원문은 라틴어로 쓰였습니다. 국내에 영어판 번역서는 있어도 라틴어 번역서는 없지 않냐고 물은 것이지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내가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기독교 강요’는 초판이 1536년에 나와 59년까지 5차례 증보됐다. 2009년 초판을 번역한 문 교수는 “개신교 신학의 모든 게 체계적으로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59년 판을 다시 번역했다. 다만 증보될수록 칼뱅의 신학이 점차 정교해진 것을 고려해, 모든 판의 특징을 요약해 이번 책에 실었다.

‘기독교 강요’를 번역하며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세 가지다. ‘원문에 충실한 자구적 번역’ ‘문맥을 살리는 신학적 번역’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 주석’이다. 그는 하루 14~15시간씩 라틴어 원문 번역에 투자했다. 전치사나 접속사 하나도 허투루 해석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 번역 중 ‘기독교 강요’에 나온 라틴어 단어의 명확한 용법과 의미를 정리해 ‘라틴어-한글 용어집’을 책 뒷부분에 실었는데, 여기 수록된 단어만 4000여 개에 달한다.

‘기독교 강요’의 조직신학적 측면을 잘 살리는 데도 집중했다. 무엇보다 기독교 교리의 뼈대인 삼위일체론(1권) 기독론(2권), 구원론(3권), 교회론(4권) 등의 내용이 막힘 없이 읽히도록 힘썼다. 이를 위해 1277개에 달하는 절(節)마다 제목을 달았다. 원서엔 없지만, 독자가 목차를 보며 책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관련 내용을 참고할 수 있도록 각주도 5000개 이상 달았다.

칼뱅 특유의 수사적 표현을 살린 내용도 적잖다. ‘믿음으로 본 보화를 기도로 캐내자’ ‘하나님 뜻에 닿은 순종이 바로 자유다’ 등이 대표적이다. “화려한 수사가 들어간 유려한 문장을 번역하며 탄성이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새벽에 번역하다 감탄하며 ‘아멘’을 외친 적도 있어요.”

문 교수는 ‘기독교 강요’에서 칼뱅이 말하듯, 한국교회가 주중에 가르치고 주말에 선포하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면 성경의 가르침대로 회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진리가 아닌 값싼 위로가 담긴 설교가 한국교회 강단에 선포되는 건 성경 본연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기 속의 한국교회에 ‘기독교 강요’가 기독교 고유의 맛을 일깨우는 길잡이가 되길 기대합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신청하기

국내외 교계소식, 영성과 재미가 녹아 있는 영상에 칼럼까지 미션라이프에서 엄선한 콘텐츠를 전해드립니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