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직고용방침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는 좋은 일자리에 대한 갈망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전환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하는 건 가야 할 방향
민간으로도 확대될 수 있도록 직무급 임금체계로 개편 등 여건 조성해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첫발을 내디딘 사업장이란 상징성 때문에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국공은 지난달 보안검색요원 1902명 등 하청 용역업체 소속이던 비정규직 2100여명을 직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정규직화를 진행해 오면서 2년 넘게 미해결 상태였던 직종에 대한 정규직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일반직 직원들로 이뤄진 인국공 노조가 반발했고 외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 주십시오’란 청원에는 2일 현재 27만명이 동참했다.

반대하는 쪽은 직고용 방식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인국공은 신입 사원 초봉 약 4500만원, 평균 연봉 8500만원대인 ‘꿈의 직장’인데 비정규직들이 완전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규직이 되는 것은 특혜이며 취업준비생들의 채용 기회를 박탈하는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기존 정규직(1400여명)보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직고용되는 방식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국공의 다른 비정규직이나 한국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들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공감한다.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들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처우를 개선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켜온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발걸음이라는 점에서 가야 할 길이다. 보안검색요원들은 정규직이 되더라도 업무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직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 임금이 약간 오르고 후생복지가 개선되는 정도라고 한다.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발표한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들은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전환되기 때문에 ‘로또 취업’이라는 공격은 지나치다.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초일류 국제공항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탠 이들에게 어느 정도 기득권을 인정해 주는 것에까지 불공정이란 딱지를 붙여야 할까.

인국공 사태에 대해 취준생들이 분노하는 것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과 대기업 등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차지하는 청년은 전체의 10% 남짓이다. 대다수의 선택지는 중견·중소기업이거나 비정규직인 게 엄연한 현실이다. 비정규직은 지난해 8월 748만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2055만명)의 36.4%다. 임금은 정규직의 50~60% 수준인데 고용은 불안하고, 후생복지는 허술하다. 정규직으로 옮겨 갈 통로는 거의 닫혀 있다.

정규직 중심이던 우리 노동시장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비정규직이 꾸준히 늘었다.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려고 용역업체나 파견노동자 등 비정규직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고 공공부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여기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이동할 통로를 열어주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정규직 전환이 민간부문으로까지 확산되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호봉제 위주의 경직된 임금체계를 직무급, 성과연봉제 등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임금 연공성이 무척 강하다.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 조사를 보면 근속기간 30년 차의 임금이 1년 미만인 신입사원의 3.3배다. 프랑스·영국(1.6배) 독일(2.1배) 일본(2.5배)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난해 ‘불평등의 세대’를 펴낸 이철승 서강대 교수가 청년 세대 일자리 문제 해결책으로 대기업·공공부문·전문직의 강력한 임금피크제 도입, 직무급제와 성과연봉제 확대, 강력한 고용과 훈련 안전망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는데 귀 기울일 대목이 많다.

인국공 사태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는 좋은 일자리를 늘려 달라는 외침이다.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으로까지 정규직을 확대하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대기업·공공부문 등이 앞장서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것, 그것이 청년들이 던진 메시지에 제대로 응답하는 길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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