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90원’. 한 시간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최소한의 임금은 현재 859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내년도 임금의 하한선인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격론 중인데, ‘8410원’(경영계 요구안)과 ‘1만원’(노동계 요구안)이 맞서고 있다. 현장에서 최저임금을 주고받는 소상공인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의 적정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국민일보는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서울과 경기도 일대 자영업자와 직원(아르바이트생) 20명을 만나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인하’와 ‘대폭 인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분위기와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현장에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다만 ‘동결’을 주장하는 소상공인과 ‘동결 또는 물가인상률 수준의 인상’으로 의견이 모아진 저임금 노동자들 사이의 괴리 역시 존재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상황이 버겁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전모(45)씨는 “솔직히 인건비를 줄이면 좋지만 월급 깎자는 말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 직원들 형편 뻔히 아니까 그 말은 차마 못 하겠다”고 했다. 저임금 근로자들도 ‘1만원으로 인상하자’는 주장에는 공감하지 못 했다.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김모(25)씨는 “시급을 주는 사람도 영세사업자고, 받아야 하는 사람도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이니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을 같이 견뎌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1만원까지 인상하는 건 무리인 것 같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을’과 ‘을’의 대결구도로 잡혀있다. 최저임금을 주는 쪽도 받는 쪽도 모두 김씨 말처럼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이다보니 그렇다. 그래서 이 논란이 씁쓸하다는 견해도 적잖았다. 서울 서초구에서 샌드위치집을 운영하는 원모(46)씨는 “가장 비용 부담이 큰 건 임대료인데 인건비로 전전긍긍할 때마다 허탈한 기분이 든다”며 “나도 직장생활을 해 봐서 그런지 월급 많이 주는 사장 되고 싶은데 많이 못 버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경기도 군포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천모(51)씨는 과격함을 빼고 ‘묘수’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천씨는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에서는 아르바이트생 없이 운영이 안 된다. 그런데 내가 버는 돈보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는 돈이 더 많다면 이 일을 유지하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겠나”라며 “막말로 장사를 접으면 알바생들도 소득이 없어지는 건데…”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 다양한 ‘입장’에 놓이기도 한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이가영씨(25)는 “스무살부터 계속 알바를 해 왔는데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시다보니 알바생 입장에서만 얘기하기는 조금 어렵다”며 말을 꺼냈다. 이씨는 “사장이 임금을 감당 못하면 누군가는 잘려야 한다는 건데, 그 사람이 또 어느 집의 가장이라고 생각하면 자르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다”며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내 입장에서는 내년 최저임금은 지금처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작년 은퇴 후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6)씨는 “사람 마음이 참 우습다. 내 아들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최저임금 받고 일하는 게 참 안타깝다”면서 “그런데 또 나는 아르바이트생 시급 올려준다고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니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에서 저임금 근로자들이 ‘소상공인들의 적’으로 공격받는 상황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장모(38)씨는 “인터넷 뉴스 댓글을 보면 알바생들을 ‘월급도둑’ 취급하는 악성댓글이 정말 많더라”며 “박봉에도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사람들 시급을 100원, 200원 올리는 것도 아깝다는 시선은 속상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한산한 모습. 연합뉴스

최저임금 동결이나 인하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영화관에서 일하는 이모(24)씨는 “나중에 또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근로자들 임금부터 깎게 되는 안 좋은 선례가 되면 안 된다”며 “어려운 상황을 체감하곤 있지만 좋을 때는 이익을 최대치로 누려도 근로자와 나누지 않으면서 힘들 땐 임금부터 줄이는 게 합당한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양모(19)씨는 “아무래도 최저임금이 일자리에 영향을 많이 주니까 많이 올렸다가 일자리가 없어질까 걱정”이라면서도 “물가도 같이 오르는 거 생각하면 이번에는 조금만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오후 서울 명동의 한 가게 앞에 부착된 임시휴업 안내문. 연합뉴스

소상공인들에게서는 저임금 근로자들의 업무 태도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제도를 악용해 실업급여를 노린다던지 불성실하게 일해서 장사에 지장을 주는 사례를 들며 답답함을 털어놨다. 서울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모(54)씨는 “요새 젊은 친구들도 열심히 일을 안하려고 하는 게 있다”며 “3개월, 6개월 잠깐 일하다 실업급여 타려고 하니 예전처럼 가르치면서 일 하는 건 포기했다. 아예 숙련된 디자이너를 고용하면 했지 배워야 하는 직원들은 안 뽑는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49)씨는 “성실한 아르바이트생 구하는 게 너무 어렵다. 잔소리 좀 했다고 일 하다말고 가버린 친구도 있었다”며 “이런 친구들한테 몇 번 시달리다보니 인건비가 더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이번 최저임금 논의는 ‘생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구도 예상 못했던 위기 상황이니 소상공인과 저임금 근로자가 함께 생존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동반성장이 아니라 동반생존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 소상공인·저임금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 -서울 중구 음식점의 아르바이트생 이가영(25)씨.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시는데 사장이 임금을 감당 못하면 어느 집의 가장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르지 않나. 내년 최저임금은 지금을 유지하면서 상생했으면 좋겠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신모(46)씨. “솔직히 내리자는 말은 못하겠다. 줬다가 빼앗는 건 너무 잔인한 일 같다. 그렇다고 1만원 얘기는 너무 심하다. 올해는 코로나도 있고 다 같이 힘드니 더 올리지만 않아도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서울 영등포구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양모(19)씨.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줄어서 잘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번엔 최저임금을 과하게 올리지 말고 9000원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모(54)씨. “견습기간이 필요한 미용계 입장에선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사람을 고용해서 쓰기 어려운데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자는 건 사람을 고용하지 말란 얘기다.” -경기도 수원시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24)씨. “최저임금부터 동결하거나 인하하면 나중에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근로자들 임금부터 깎게 만드는 안 좋은 선례가 될까 걱정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김금단(69)씨. “요새는 장사가 안돼서 집세도 못 내는 상황인데 최저임금을 지금보다 더 올리면 종업원을 아예 쓸 수가 없다. 경기가 풀리고 올려도 되지 않을까.” -서울 영등포구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양모(19)씨.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올린다면 알바생 입장에선 좋겠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면 사람을 더 안 뽑지 않을까 걱정된다. 만원 이하로 인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서울 종로구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김주연(20)씨. “코로나 때문에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지금 수준으로 유지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조금만 올리거나.” -경기도 군포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천모(51)씨.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에서는 아르바이트생 없이 운영이 안 된다. 그런데 내가 버는 돈보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는 돈이 더 많다면 이 일을 유지하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겠나. 막말로 장사를 접으면 알바생들도 소득이 없어지는 건데….” -서울 송파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49)씨. “성실한 아르바이트생 구하는 게 너무 어렵다. 잔소리 좀 했다고 일 하다말고 가버린 친구도 있었다. 이런 친구들한테 몇 번 시달리다보니 인건비가 더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서울 중구 음식점에서 근무하는 김모(25)씨. “시급을 주는 사람도, 받아야 하는 사람도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이니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같이 견뎌야하지 않을까. 동결은 없되 조금이라도 인상은 돼야 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문모(24)씨. “최저임금을 동결하면 좋겠다. 있던 알바생도 자르고 혼자 일하는 중인데 지금보다 최저임금을 더 올린다고 하면 아예 사람을 더 뽑지 못할 것 같다.” -서울 영등포구 카페의 아르바이트생 임모(26)씨.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조금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 -서울 강북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전모(45)씨. “솔직히 인건비를 줄이면 좋지만 월급 깎자는 말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동안 많이 줬으면 모르겠는데 직원들 형편 뻔히 아니까 그 말은 차마 못 하겠다.” -서울 강동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6)씨. “사람 마음이 참 우습다. 내 아들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최저임금 받고 일하는 게 참 안타깝다. 그런데 또 나는 아르바이트생 시급 올려준다고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니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서울 송파구 식자재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48)씨. “나도 힘들지만 사장님도 힘든 거 뻔히 다 아니까 월급 올려달라는 말은 안 나온다. 최저임금을 내릴 수는 없는 거고, 올리는 것도 지금은 부담스러울 것 같다.” -서울 송파구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장모(38)씨. “인터넷 뉴스 댓글을 보면 알바생들을 ‘월급도둑’ 취급하는 악성댓글이 정말 많더라. 박봉에도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사람들 시급을 100원, 200원 올리는 것도 아깝다는 시선은 속상하다.” -서울 종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60대. “장사도 안 돼서 직원 하나도 안 쓰고 노인네 둘이서 운영한다. 몸도 마음도 다 힘든 상황이라 최저임금 운운하고 싶지 않다. 자영업자들 힘든 거 다 아는데 말 해서 뭐 하나.” -서울 서초구에서 샌드위치집을 운영하는 원모(46)씨. “가장 비용 부담이 큰 건 임대료인데 인건비로 전전긍긍할 때마다 허탈한 기분이 든다. 나도 직장생활을 해 봐서 그런지 월급 많이 주는 사장 되고 싶은데 많이 못 버는 게 문제. 내년에는 임금 인상이 최소한이었으면 좋겠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권모(52)씨. “지금도 인건비 부담이 큰데 더 커지면 어쩌나. 내리자고는 못 해도 올리는 건 말도 안 된다.”

문수정 정진영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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