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가 사고 처리를 이유로 환자를 태운 구급차를 10분가량 멈춰 세운 이른바 ‘강동구 응급차 사건’에 대해 사설 구급차 직원들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로는 사설 구급차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꼽았다. 일각에서는 응급구조사 미탑승 운행 등 법적 의무 준수에 대한 업계의 자성 및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일보가 6일 접촉한 복수의 사설 구급업체 직원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길을 가로막고 응급환자의 탑승 여부를 확인한 택시 기사의 행동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서울에서 6년째 사설 구급차 운전대를 잡고 있는 50대 박주호(가명)씨는 한 달에도 몇 차례씩 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했다. 박씨는 “우리 구급차에는 응급구조사가 항상 동승하는데도 종종 길을 막고 ‘너희 가짜 구급차 아니냐’며 시비를 걸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긴급혈액 운반처럼 응급상황이지만 환자를 태우지 않은 경우엔 더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사설 구급업체 소속 김기수(가명)씨는 “수술에 필요한 혈액을 긴급하게 운반하거나 뇌사자의 장기를 이송하는 등 환자를 태우지 않았어도 응급상황에 해당하는 때가 있는데, 환자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송을 방해하는 운전자도 있었다”며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어떻게 일일이 양해를 구하면서 일을 하느냐”고 토로했다.

이들은 특히 소방서 소속 ‘119 구급차’와 다르게 사설 구급차에 대한 사회의 불신이 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사설 구급차는 응급환자를 태우지 않은 상황에서도 ‘비상운전’을 하고, 법적으로 탑승 의무가 있는 응급구조사를 태우지 않고 운행한다는 인식이 운전자들 사이에 만연하다는 것이다. 강동구 구급차 사건에서도 택시 기사는 “내가 사설(구급차 운행을) 안 해본 줄 아느냐”며 “구청에 신고해 진짜 응급환자인지 아닌지 내가 판단하겠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실제로 불법적으로 운용되는 사설 구급차 행태에 대한 단속이 부실한 게 사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사설 구급업체 대표는 “법적으로 응급구조사를 반드시 동승시켜야 하지만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비용 절감을 위해 응급구조사를 태우지 않는 ‘짝퉁 구급차’도 적지 않다”며 “법적 책임을 성실하게 지키는 업체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업계 스스로 개선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119 구급대원은 “택시 기사 등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119 구급차와 사설 구급차를 구분해 대응한다”며 “사설 구급차들이 응급구조사를 반드시 태우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이렌을 켜는 등 법적 의무를 준수해 신뢰회복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구 응급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택시 기사에 대한 형사법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택시 기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돼 있으며 추가적인 형사법 위반 여부도 수사 중에 있다”며 “여론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업무방해’ 등 여러 사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모두 전반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택시 기사와 구급차 운전기사, 구급차에 동승했던 가족을 조사했다.

정우진 최지웅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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