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라이애슬론 전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며 체육계 고질병인 폭력과 가혹행위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스포츠혁신위원회가 7차례 권고안을 발표하는 등 자정 노력을 했음에도 체육계 내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과 땜질 처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체육계 내 폭력·성폭력 및 가혹행위는 대부분 피해자의 침묵 아래 장기간 은폐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를 고소한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는 2014년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전 코치를 고소한 전 유도선수 신유용씨도 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처럼 피해자들이 장기간 신고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요인으로는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문화가 꼽힌다. 2017년 서울 한 고등학교 야구부 학생 4명이 후배 선수들을 배트 등으로 폭행했지만, 학교폭력위원회에서는 징계를 내리지 않고 ‘선도위원회’에서만 가해 학생들을 교육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징계 처분을 받은 가해자들이 추후에 감경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2013년 경기도의 한 쇼트트랙 실업팀 감독은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지만 이듬해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재심사에서 자격정지 3년으로 감경됐다.

이처럼 징계를 받은 가해자가 다시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이 2018년 대한체육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동안 스포츠 비리 징계 후 복직·재취업한 사례가 299건에 달했고 징계를 받는 도중 복직·재취업한 사례도 24건이나 됐다.

2014년 전 국가대표 컬링 코치 A씨는 폭언 및 성추행으로 대한컬링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지만 2017년 한 장애인 실업팀 코치로 복직했다. 2017년 고등학교 볼링팀 코치 B씨는 성폭행 혐의로 대한볼링협회로부터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지만 이듬해 한 지역의 장애인볼링협회장으로 복직하기도 했다.

경주시는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트라이애슬론 팀 해체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땜질 처방이 될 것을 우려한다. 한 체육계 종사자는 “과거에도 폭력, 입시비리 등 문제가 불거졌던 팀은 재발 방지를 이유로 해체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구조적인 해결이 없다면 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의 체육계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본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은 “가이드라인이 정해지고 혁신위 권고안이 나오더라도 이를 이행할 대한체육회나 지역 단위 체육회 운영진의 인권의식이 부족하다면 실제로 일선에서 관리·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가해자 징계정보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가해자가 복귀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보기 어렵다”며 “최 선수 사건에서도 감독, 주장선수 등 특정 개인들의 일탈로 여기지 말고 구조 전반을 변화시킬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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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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