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이들 손잡고 복음 전하고 싶어”

간호사 꿈 키우는 탈북 여대생의 당찬 포부

윤광식 예장통합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 이북5개노회협의회장(왼쪽)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 앞에서 탈북 대학생 오은혜(가명)씨를 만나 상담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스물일곱 탈북 여대생의 꿈은 당찼다. 간호사가 돼 아픈 이들의 손을 잡고 기도하면서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학비를 모아 외국으로 간호학을 공부하러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보건 전문가로 거듭나 통일 이후 북한의 낙후된 의료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다고도 했다. 두만강 건너 교회의 도움으로 한국에 올 수 있었던 북한 이탈주민 오은혜(가명·27)씨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 이북5개노회협의회 주선으로 만났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이고 2014년 이모와 함께 두 발로 두만강을 건넜어요. 북에선 꿈이 없었죠. 부모님은 장마당에서 장사하셨는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중매로 시집보내려 하셨어요. 하고 싶은 일이 많았지만, 북에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어요. 남쪽으로 가면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한국 드라마를 보며 알게 됐어요. ‘꽃보다 남자’ ‘보고 또 보고’ ‘지붕뚫고 하이킥’을 봤지요.”

오씨는 그해 4월 폭우로 경비가 뜸한 틈을 타 두만강을 건너 중국 지린성 일대 야산에 숨어들었다. 적발되면 반역죄 명목으로 북송돼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다. 며칠을 버티다 길가의 택시를 세워 어디든 도시로 가달라고 부탁했는데 마침 조선족 운전기사가 타고 있었다. 오씨는 “나중에 보니 그 기사분이 크리스천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탈북자 단속을 위한 국경 초소를 몇 번 지나 내려준 곳은 지린성의 한 교회 앞이었다.

오씨는 “교회에서 권사님들의 보호를 받으며 몇 달을 보냈다”면서 “이후 한국교회의 도움으로 중국 내륙과 라오스 태국 등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때 처음 교회와 십자가를 접했다고 했다. 그는 “새벽예배 때 찬송가 3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들으면서 마음이 열렸다”며 “인간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라는 주체사상이 뭔가 맞지 않는다고 느꼈는데,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고 오히려 죄인이란 성경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 모 여대 간호학과 4학년인 오씨는 부족한 학비를 벌기 위해 토요일과 주일 7시간씩 홀 서빙 일을 하는 동시에 탈북민 교회의 찬양 인도자로 섬기고 있다. 오씨는 “빌립보서 4장 13절,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말씀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북5개노회협의회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의 새터민상담소에서 오씨와 같은 탈북 대학생 5명에게 소정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3만3300여 새터민의 안정적 정착과 남북화해 평화통일 북한선교를 위해 합심으로 기도했다.

이북5개노회협의회장 윤광식 목사는 “3대 세습 독재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를 접하지 못하는 북한의 2500만 동포는 신약 속 강도 만난 사람과 같은 처지”라면서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남한에서 이들을 따뜻하게 이웃으로 품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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