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 캠퍼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올해 가을학기에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학교에 등록된 외국 유학생들에 대한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발급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이 시행될 경우 미국 유학 중이거나 유학을 준비 중인 한국인 학생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학 중인 미국 학교가 100% 온라인 수업을 택할 경우 추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4∼5주 뒤 가을학기를 개학하는 미국 대학들도 갑작스러운 조치로 혼란에 빠졌다. 대학 연합조직이나 이민 단체들이 가처분 신청과 소송을 제기해 이번 지침이 시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미 국무부는 가을학기 동안 완전히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학교나 프로그램에 등록한 유학생들에 대한 비자 발급이 중단되며 입국 자체가 불허된다”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추방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AFP통신은 F-1 비자(학생 비자)와 M-1 비자(직업훈련 비자)를 받은 유학생들에 대해 이 지침이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 고등교육기관(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약 110만명이며, 이 가운데 한국인 유학생은 5만여명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약 8%의 미국 대학이 올가을 100% 온라인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 23%의 대학은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 병행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미국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하버드대는 올가을 학부와 대학원의 수업을 100% 온라인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뉴욕에서 이민법 전문가로 활동하는 최영수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가을학기에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는 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에 돌아가거나, 대면 수업을 하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학생 신분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이번 조치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노골적인 반이민 정책으로 백인 지지층의 표심을 얻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저의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유학생들이 받을 피해에 대한 어떠한 고려 없이 이번 조치가 발표돼 미국 대학 연합회나 이민 단체들이 지침의 시행을 막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반이민 정책의 일환이자 대학들의 개강을 압박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학교들은 이번 가을에 문을 열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외국 유학생들의 학비를 볼모로 미국 대학들에 오프라인 개강을 압박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대학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지침에 초비상이 걸렸고, 일부 유학생들은 추방 우려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1800개 대학으로 구성된 미교육협의회(ACE)와 63개 연구중심대학 기구인 미대학연합(AAU), 239개 공립·주립대가 속한 공공대학연합(APLU)은 이날 이번 조치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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