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 노역을 했던 한모(가운데)씨와 사단법인 물망초 등 소송대리인 및 관계자들이 7일 오후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혔던 참전군인 측은 손해배상 소송 승소 판결문을 근거로 북한 정부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해 놓은 북한 저작권료가 1차 대상이다.

전례가 없는 강제집행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경문협이 저작권료를 받을 기관을 어디로 지정해 공탁했는지가 향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전군인 측을 대리한 송수현 변호사는 7일 “승소 판결문이 송달되면 바로 가집행에 나설 것”이라며 “경문협이 북한 문화 콘텐츠 저작권료로 공탁해놓은 20억여원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문협은 2004년 설립됐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사장으로 있다. 북한 저작권사무국과 계약을 맺고 국내 방송사가 사용하는 조선중앙TV 영상 및 북한 작가 작품의 저작권료를 걷어왔다.

경문협은 2008년 ‘박왕자씨 금강산 피격 사건’으로 북한으로 저작권료 송금이 금지되자 이를 법원에 공탁해 오고 있다. 공탁된 저작권료는 20억여원이다. 참전군인 측은 이 돈이 사실상 북한 재산이기 때문에 강제집행이 가능하다고 본다. 저작권료는 북한 저작권사무국과 계약이 된 것이니 명백히 북한 재산이라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참전군인 측이 압류 및 추심을 신청하면 법원은 해당 공탁금을 북한 재산이라고 볼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참전군인 측은 북한을 대신해 공탁금을 출금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원래 공탁금을 받기로 돼 있었던 피공탁자(북한)가 이의를 제기해 강제집행 정지 절차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은 1심 소송에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절차를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탁을 받을 기관이 구체적으로 어디로 명시돼 있는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문협은 공탁 기관으로 북한 정부를 지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문협 관계자는 “피공탁자가 누구인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집행 절차가 실제 진행되면 내부 논의를 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경문협은 해당 저작권료는 북한 재산이라기보다는 북한 작가 등에게 지급돼야 할 돈이라는 입장이다. 참전군인 측 변호사는 “북한 내 기관으로 돼 있다면 집행이 가능하겠지만 만약 국내 기관으로 지정돼 있다면 집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피공탁자가 김 위원장이나 북한으로 명시된 게 아니면 집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료에 대한 집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참전군인 측은 북한의 별도 재산을 찾아 강제집행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돼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미국 법원에서 약 6100억원의 손해배상금 판결을 받았다. 이후 유족들은 미국에 압류돼 있던 북한 선박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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