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도둑놈” 막말 판쳐도… 1회 방송에 1000만원 훌쩍 [이슈&탐사]

[정치 유튜버의 비즈니스 세계] ① 생방송에 쏟아지는 슈퍼챗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가 매주 열렸던 이곳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28년 만에 수요집회 장소를 차지했다. 이에 반발한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반일행동) 소속 대학생 10여명은 전날 밤부터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서 농성했다.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한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소녀상 주변에 설치돼 있었다.

보수단체는 무대가 달린 집회 차량을 현장에 세웠다. 초록색 베레모를 쓴 남성이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보수단체 ‘자유연대’의 사무총장이자 유튜버로 활동하는 김상진씨였다. 자유연대는 집회를 먼저 신고해 장소를 선점한 단체다. 김씨는 “얘네들(대학생들)은 여기 와서 쇼를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위안부 앵벌이 팔이로는 돈이 될 수 없고 권력도 얻을 수 없고 국민을 선동하는 데 써먹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우리가 (집회 장소) 1순위를 잡기 위해 다닐 때 아무런 대항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김상진TV’라는 유튜브 채널에 그의 연설 모습이 생중계됐다. 김상진TV는 전날인 23일부터 네 차례 라이브 방송으로 집회 현장을 보여줬다. 채널에는 김씨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잇따랐다. 메시지와 별도로 ‘슈퍼챗’(Superchat)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슈퍼챗에는 \10000 \20000 등 숫자가 적혀 있었다. 김씨의 채널에 돈을 보낸 것이다. 슈퍼챗은 유튜브 시청자들이 실시간 방송을 하는 유튜버에게 돈을 보내는 기능이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비슷하다.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대표 소속 청년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 비를 맞으며 앉아 있다. 이날 청년들은 보수단체 자유연대의 집회 신고 선점으로 28년만에 자리를 뺏기자 소녀상 옆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최현규 기자

김상진TV는 지난달 23~24일 네 차례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600만원에 가까운 슈퍼챗을 받았다. 이 가운데 23일의 ‘소녀상 첫 선순위 집회 및 수요집회 준비~28년?? 너희는 끝났다’ 제목의 방송에는 슈퍼챗 450만원이 쏟아졌다. 수요집회 장소가 28년 만에 보수단체에 의해 점거된 날 유튜브 공간에서는 그 단체에 돈이 보내지고 있었다.

정치 유튜버는 슈퍼챗으로 돈을 번다

이날 현장에는 다른 정치 유튜버 안정권씨도 등장했다. 그는 “우리가 윤미향 도둑○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경찰이 질서 유지를 해달라는 안내 방송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안씨는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내 연설 끊지 말고 (지금) 4차 방송해. 말 중간에 끊기면 재수 없으니까. 경비과장 말이야 똑바로 하란 말이지”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가 “문재인 개○○ 도둑놈○○, 문재인 간첩, 윤미향 도둑○”이라고 외치자 참석자들이 이를 따라 했다.

안씨가 이날 슈퍼챗 수익을 올렸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7일 유튜브 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그의 유튜브 채널 ‘GZSS TV’는 지난해 슈퍼챗 3억8600만원(2일 원·달러 환율 기준)을 받았다. 지난해 전 세계 유튜브 채널 중 2위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동물, 자동차, 게임 등 모든 카테고리 채널을 통틀어 가장 많은 슈퍼챗 수익을 올렸다. 앞서 김상진TV는 지난해 슈퍼챗 9400만원 수입을 기록했다.

슈퍼챗은 유튜버와 구글이 부가가치세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7대 3 비율로 나눠 갖는 구조다. 안씨는 지난해 슈퍼챗으로 약 2억4300만원을 벌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올해는 GZSS TEAM이라는 별도 계정을 운영해 지난달 15일까지 4억5800만원의 슈퍼챗 수익을 거뒀다. 지난해 수익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슈퍼챗으로 돈을 버는 건 다른 정치 유튜버도 마찬가지다.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정치 이슈를 주제로 유튜브 방송을 하는 상위 10개 채널이 거둬들인 슈퍼챗 수익은 모두 1억9912만원이다. 채널당 한 달 평균 1991만원을 번 것이다.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가 출연하는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6987만원으로 가장 많은 슈퍼챗 수익을 올렸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의 ‘펜앤드마이크TV’가 2199만원, 전광훈 목사의 ‘너알아TV’가 1994만원 슈퍼챗을 받았다.

진보 성향의 정치 유튜버도 슈퍼챗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서울 서초동에서 ‘친조국 집회’를 주도했던 개혁국민운동본부의 이종원 대표가 진행하는 ‘시사타파TV’는 지난달 슈퍼챗 1310만원을 받았다. 다른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인 ‘새날’도 지난달 700만원의 슈퍼챗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국내 슈퍼챗 수입 3위는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딴지방송국’이다. 이 채널은 2억2900만원의 슈퍼챗 수익을 올렸다. 딴지방송국은 하루에도 수차례 라이브 방송을 하는 다른 채널과 달리 주 1회 금요일 방송만으로 회당 수백만원의 슈퍼챗을 받고 있다.

플레이보드의 슈퍼챗 집계는 라이브로 진행되는 채팅창을 실시간 탐지해 읽어 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왕효근 플레이보드 대표는 “라이브로 진행된 방송과 종료된 방송의 슈퍼챗 메시지를 두 차례 수집해 확인하므로 추정치가 아니라 실제 측정치”라며 “라이브 방송이 켜지는 시점을 늦게 탐지해 일부 슈퍼챗이 누락될 수 있지만 실제 슈퍼챗 규모보다 더 많이 읽어 들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플레이보드가 슈퍼챗을 집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10일부터다. 지난해 슈퍼챗 수익은 라이브 방송이 저장된 경우에만 기록됐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 정치 유튜버들의 실제 수익은 플레이보드 집계보다 더 많을 수 있다. 환율도 수입에 중요한 변수다. 슈퍼챗은 전 세계 통화로 전송이 가능하다. 전송 시점에 달러로 계산돼 구글 애드센스(수익 창출 페이지) 계정에 쌓이고 정산을 받을 수 있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는 대부분 외화 계좌를 통해 달러로 정산받는다. 이걸 다시 원하는 시점에 원화로 환전하는데 환율이 오르면 국내 정치 유튜버들의 수익도 커진다.

플레이보드가 집계한 슈퍼챗 규모가 실제로 받은 것과 같은지 GZSS와 가세연, 딴지방송국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상진TV를 운영했던 정치 유튜버 김상진씨는 “내 채널에서 결산되는 것과 플레이보드 통계가 조금 다르지만 거의 비슷하게 간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말에 슈퍼챗이 쏟아진다

슈퍼챗은 실시간 방송을 하는 유튜버에게 1000원부터 50만원까지 돈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이다. 액수가 클수록 보낼 수 있는 메시지의 길이와 노출 시간이 길어진다. 즉 사용자가 많은 채팅창에서 돈을 보낸 사람의 메시지만 오래 떠 있게 된다. 유튜버는 돈을 보낸 사용자의 닉네임을 방송에서 언급하며 메시지를 읽어준다. 유튜브는 2017년 초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확대한다며 슈퍼챗 기능을 도입했다. 1000명 이상 구독자가 있는 유튜버는 실시간 방송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슈퍼챗을 받을 수 있다.

슈퍼챗이 정치 유튜버에게 몰리는 건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지난해 전 세계 슈퍼챗 순위 1~10위 가운데 7개는 일본의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관련 채널이었다. 나머지 3개가 한국의 정치 유튜브 채널인 GZSS TV와 가세연, 딴지방송국이었다.

지난해 2월 10일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자 보수 유튜버들이 핸드폰으로 생중계를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정치 유튜브 채널 상당수는 거의 매일 라이브 방송을 한다. 시청자들도 꾸준히 슈퍼챗을 보낸다. 플레이보드가 집계한 가세연의 슈퍼챗 수입(7일 기준)을 보면 이달 1일 약 218만원, 2일 약 195만원, 3일 약 180만원, 4일 약 120만원, 6일 약 162만원이다. 매일 100만원 이상의 슈퍼챗이 기록됐다.

슈퍼챗은 종종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유포 경로도 된다. 지난 7일 유튜브 ‘신의한수’ 채널의 라이브 방송에서 한 시청자는 슈퍼챗 2만원을 보내면서 “림종석(임종석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은 북한의 지속적인 투쟁을 지령받고 지금까지도 하고 있어요. 이것은 거짓 뉴스가 아닙니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 메시지는 다른 메시지들이 사라지는 동안에도 10분가량 채팅창에 남아 있었다.

국내 정치 유튜버들이 슈퍼챗으로 수익을 올리는 배경에는 유튜브의 ‘노란딱지’ 제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유튜브는 선정적이거나 정치 편향적인 내용 등 자체 심의 규정에 맞지 않는 영상에 노란딱지를 붙이고 광고 수익을 제한한다. 국내 정치 유튜버의 영상 상당수에 노란딱지가 붙는다. 광고 수익 제한으로 자정을 유도한다는 정책인데 슈퍼챗이 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면서 일부 유튜버는 노란딱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고 있다. 같은 정치 성향의 지지자들이 이에 호응해 슈퍼챗을 보내면 정치 유튜버들은 다시 거친 말과 행동을 영상에서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노란딱지가 붙으면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는 건 사실상 어렵게 돼 과격한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은 광고 수익으로 구멍 난 걸 슈퍼챗으로 메우려고 한다”며 “그 모델이 어떻게 자극적으로 (콘텐츠가) 전환되는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튜버 안정권씨의 경우 오프라인 집회나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현 정부를 비판할 때 슈퍼챗 수익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그가 주도한 ‘문재인 탄핵 페스티벌’ 관련 라이브 영상은 ‘GZSS TV’ 채널에서 송출돼 1회 방송에 866만원의 슈퍼챗 수익을 올렸다. 행사 예고를 위해 전날 제작한 영상의 슈퍼챗(392만원) 수익을 더하면 약 1258만원을 벌어들였다. 지난 5월 16일 GZSS TEAM 채널에서 생중계한 ‘신난다 문재인 탄핵 페스티벌, 안정권 밀착 취재 방송’도 슈퍼챗 1020만원을 받았다.


안씨의 유튜브 채널은 지난달 25일 자취를 감췄다. 보수단체가 수요집회 현장을 유튜브로 생중계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채널에는 ‘YouTube 서비스 약관을 위반하여 계정이 해지되었습니다’는 글이 떴다. 수요집회 현장에서 23~24일 600만원에 가까운 슈퍼챗 수익을 올린 김상진TV도 계정 해지 조치를 당했다.

김상진씨는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부가 구글을 압박해 자기들이 가짜뉴스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 영상 삭제, 계정 삭제를 지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계정을 복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유튜브에서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측은 “개별 채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관련 정책을 위반하는 콘텐츠가 신고되면 빠르게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골적으로 “슈퍼챗 많이” 요구하기도

지난달 26일 가세연의 라이브 방송에선 시작 8분 만에 슈퍼챗 75만원이 전송됐다. 가세연 진행자인 김세의 전 기자의 생일을 맞아 시청자들이 생일 축하금으로 슈퍼챗을 보낸 것이었다. ‘생일 축하 릴레이’는 출연진이 화면에 등장하기 전에 이어졌다. 슈퍼챗이 자신의 의견을 더 강하게 표출하기 위한 수단뿐 아니라 팬심을 나타내는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는 것이다. 가세연은 지난해 3억7500만원의 슈퍼챗 수익을 올렸다. GZSS TV에 이어 국내 2위였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약 4억3800만원어치 슈퍼챗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세연 진행자들은 방송에서 슈퍼챗이 들어올 때 이를 보낸 사람의 아이디를 언급하고 감사 인사를 한다.

노골적으로 슈퍼챗을 요구하는 정치 유튜버도 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월간 슈퍼챗 19위를 기록한 보수 유튜브 채널 ‘김소연TV’에서는 슈퍼챗 시비가 붙은 일이 있었다. 한 시청자가 채팅창에 ‘여기는 슈퍼챗 받으려고 하는 거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올리자 김소연 변호사와 함께 진행하던 남자 진행자가 발끈했다. ‘김부장’으로 불리는 이 남성은 “당연히 수익이 일어나야 방송을 더 좋게 하고 우리가 싸울 기반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김소연씨도 “저 돈 벌려고 하는 일이에요. 욕망에 충실하고 우리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충실해야 하고요. 여러분께서 많이 봐주시고 돈도 많이 보내주세요”라고 했다. 그 말이 끝나자 슈퍼챗이 쏟아졌다. 2000원, 1만원, 2만5000원, 5만원, 250달러….


정치 유튜버들이 자극적이고 험한 말을 쏟아내는 상황에서도 유튜버 채널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지고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연구팀이 지난 1월 28일부터 3일간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매체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정치·사회 유튜브 채널 시청자의 77%는 유튜브 채널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라디오(86%), 뉴스 및 시사 방송(82%), 신문 기사(77%) 등 전통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평가한 매체 신뢰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응답자의 14%는 유튜브 방송 중 슈퍼챗이나 계좌이체를 통해 후원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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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사2팀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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