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입장문 여권에 유출 논란… “단순 오류” “진상규명 필요”

법무부 “내부 실수 감찰 불필요”… 유출 보좌진 등 수사 가능 시각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9일 채널A 현장 중계석 마이크가 놓여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사실상 전면 수용했다. 권현구 기자

공식 발표되지 않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장문 가안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SNS에 올라온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가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권 지휘 갈등 국면에서 여권 인사들과 내부 방침을 공유하며 사전 교감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일각에선 청와대 문건을 받아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처럼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강경론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내부 소통 과정에서의 실수였을 뿐 수사나 감찰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형사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9일 “이번 사안은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의 소통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추 장관은 입장문 2개를 모두 공개하는 것으로 인식했는데, 대변인실이 이 가운데 수정안에 해당하는 1개만 발표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추 장관의 보좌진이 2개의 입장문을 모두 공개하는 것으로 알고 별도로 주변에 전파했고, 이 과정에서 최 대표와 최 전 의원 등이 전날 미공개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올리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좌진의 입장문 전파는 법무부의 공식 발표 때와 거의 같은 시기 이뤄졌다”며 “유출이나 기밀누설은 안 맞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최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제가 복사한 글은 최민희 의원님의 글”이라며 사전유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최 전 의원이 8일 오후 7시56분쯤 먼저 글을 올렸고, 자신은 9시55분쯤 이를 게시했다고 했다. 그로부터 20분쯤 뒤 지인에게서 법무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연락을 듣고 삭제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최 대표나 최 전 의원에게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하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대법원은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만 처벌할 뿐, 누설 받은 상대방은 공동정범이나 교사범 등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확립된 판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입장문을 유출한 추 장관의 보좌진 등 법무부 관계자에 대한 수사는 가능할 수 있다. 이때도 유출된 내용이 공무상 비밀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판례는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인정되고, 알려지면 국가의 기능이 위협받는 결과가 초래돼야 한다”고 본다. 한 부장판사는 “국익에 위험을 끼칠 비밀로 판단될 여지는 낮아 보인다”고 했다.

수사와 별개로 진상파악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해야 할 정부부처의 정책 결정 사항이 일부 인사에게 먼저 흘러들어간 점에 대해 법무부가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법무부가 유출을 인정한 이상 추 장관의 선택지는 감찰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추 장관의 부당한 수사 지휘와 관련한 법무부 방침이 사전에 권한 없는 최강욱 의원에게 전해졌다. 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통합당 법제사법위원들은 “장관 입장문 초안이 SNS에 퍼질 정도라면 문재인정부의 기강해이는 막장이라는 뜻이 되는데, 이는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대검 빠진 ‘검·언 유착’ 의혹수사 속도낸다
법무부·검찰 갈등 일단 봉합됐지만… 정기인사 때 ‘재발화’ 가능성

구자창 나성원 허경구 심희정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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