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른바 ‘미투(나도 당했다)’사건으로 추락했다. 이들 세 명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진보파의 도덕성 결여, 위선을 질타하는 댓글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 보수 정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성 추문도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 사건에 진영 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지자체장들의 견제 받지 않는 권력에 주목해야 한다. 규모가 크든 작든 지자체장은 해당 지자체 인사를 사실상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물론 산하 기관 공모 절차를 꼼꼼히 규정하는 등 견제와 균형을 겨냥한 법규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방의회의 견제 기능을 기대하는 것도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사업 이득과 특혜를 노려 지자체장과 사실상 ‘운명 공동체’가 된 의원들이 적지 않다.

지자체 공무원 입장에서 절대적 인사권을 가진 데다 길게는 12년(임기 4년에 최대 3연임 가능)간 지자체의 장(長)일 수 있는 사람에게 밉보이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충성경쟁이 일상이다. 인사권자의 성희롱·성추행 가해 상황을 목격해도 공무원들이 쓴소리할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경찰이나 검찰의 견제 기능도 옛날 같지 않다. 특히 광역단체장은 잠재적 대선 후보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다. 명백한 불법 외에는 경찰은 물론 검찰도 몸을 사리는 경향이 강하다. 오히려 중앙 정계에서 거물이 될 수 있는 이들 광역단체장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 애쓴다.

박 시장의 전 비서 A씨는 고소장에서 2017년 이후 지속해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피해자도 있다고 했다. 시장 비서실을 포함해 일부 서울시 직원은 분명히 박 시장과 관련된 추문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수년간 서울시 외부의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급격하게 파국이 닥쳤다. 지자체장들의 제왕적 권력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가 우리 사회의 큰 숙제가 됐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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