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아주 일본을 사랑하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서를 일제 붓펜으로….”(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7월 10일 방송,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서 사진 옆에 놓인 펜이 일본 제품이라며 한 말)

“문재인이 북한에다가 입금 완료를 한 것 같아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유튜브 채널 ‘도람뿌’ 6월 24일 방송)

정치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들이 최근 방송에서 한 발언이다. 적게는 수만명, 많게는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정치 유튜버 가운데 상당수는 근거 없는 의혹과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막말과 욕설이 적지 않고,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도 조롱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근거 없는 의혹·막말… 커지는 진영 갈등

국민일보는 정치 분야 유튜브 채널 가운데 지난 5월 슈퍼챗(Superchat) 수익 상위 50위 이내 채널의 지난달 라이브 방송 수십건을 모니터링했다. 슈퍼챗은 유튜브 시청자들이 실시간 방송을 하는 유튜버에게 돈을 보내는 기능이다. 슈퍼챗 순위는 유튜브 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레이보드’의 집계를 기준으로 했다.

구독자가 60만여명인 가세연은 지난 10일 박 전 시장의 사망 추정 장소인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을 찾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고인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진행자 김세의씨는 극단적 선택 방법을 말하면서 “넥타이라면 에르메스 넥타이를 매셨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진행자인 강용석 변호사와 김용호씨가 웃음을 터뜨렸다. 박 전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당시 ‘명품 넥타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김용호씨는 ‘숙정문’ 안내표지를 보고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 부엉이바위처럼 굉장히 상징적”이라며 “거꾸로 읽으면 문정숙이에요”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이름을 합쳐 부른 것이다. 김세의씨는 “다잉(dying·죽음) 메시지네 다잉메시지”라고 말했다.

방송 도중 욕설을 하는 정치 유튜버도 있었다. ‘도람뿌’ 채널은 지난달 24일 “군사 행동을 예고하던 김정은과 김여정이한테 당장 ○발 또 얼마나 쳐 갖다 준 건지, 예? 아니 그거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없는데”라며 문 대통령이 북한에 돈을 건넸을 거라는 주장을 했다. ‘토순이’ 채널은 지난달 정의기억연대 쉼터 소장 사망 소식에 ‘자살 당했다’는 표현을 쓰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진보 성향의 ‘새날’ ‘시사타파TV’ 채널은 ‘시사 프로’를 표방하지만 방송 내용은 편향적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시사타파TV는 최근 방송에서 국회 개원이 늦어진 것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무능력 탓이라며 조롱 조로 “박벼엉~석 위원장”이라고 불렀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자 “저쪽(야당)의 DNA가 흐르는 사람이다” “제2의 금태섭이 되고 싶지 않으면… 판단을 잘못하신 거다” 등 말로 비난했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유튜버들이 자신의 방송을 기존 방송과 차별화하면서 유튜브가 극단으로 가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통렬함과 쾌감을 느끼면서 더욱 극단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부 정치 유튜버로 인해 ‘호모필리(Homophily·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경향) 현상’이 더 강해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뉴스에 노출이 돼야 하는데 원하는 말만 듣고 싶어 거기(유튜브 채널 앞에) 앉아 있으면 알고리즘에 따라 동일한 내용만 듣는다”며 “타인의 생각을 알아보려 하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계정 폐쇄돼도 며칠 후 또 개설

정치 유튜버들은 유튜브에 의해 계정이 해지돼도 방송을 재개하기 위해 애쓴다. 지난달 25일 정치 유튜버 채널 몇 곳(GZSS TV, 김상진TV, 잔다르크TV2 포함)의 계정이 폐쇄됐다. 하지만 이들은 며칠 후 새로운 채널을 만들었다. GZSS TV의 안정권씨는 29일 다시 만든 채널의 방송에서 “문재인 ○○○○ ○○○. 이거나 ○먹으세요. 잘라 봐 잘라 봐 ○○○○야”라고 말했다. 유튜브는 이들 채널을 하루 뒤 다시 폐쇄했다. 안씨는 지난 7일부터 다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케세라세라’ 채널에 남아 있는 그의 방송을 보면 화면 하단에 후원계좌와 해피나눔 ARS 번호, 문자 응원 번호 등이 계속 나온다.

일부 정치 유튜버는 서로를 공격하며 싸움을 벌인다. ‘신의한수’와 가세연의 싸움이 대표적이다. 가세연은 유튜브 채널의 게시판(커뮤니티)에서 다른 유튜버의 신상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6개월 전에는 유흥업소 사진과 함께 ‘이곳을 운영했던 유튜버는 누구인가요?’ 글을 올렸다. 이 주제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신의한수를 운영하는 신혜식 대표를 겨냥한 댓글이 달렸고 여기에 반발한 신의한수 관계자들이 가세연 방송 현장을 찾는 일이 있었다.

안씨와 미디어워치TV의 변희재씨는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변씨가 지난해 안씨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안씨 측이 지난 3월 명예훼손과 모욕 등의 혐의로 변씨를 고소했다. 변씨도 안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서로 제기한 고소 건수만 10건이 넘는다. 정치 유튜버끼리의 싸움을 해설해주는 채널까지 등장했다. 서로 뜻이 맞는 정치 유튜버들은 함께 연합 방송을 한다. 우정 출연으로 세를 과시하는 일도 있다.

시정 요청에 소극적인 유튜브

정부의 유튜브 영상 규제에는 한계가 있다. 유튜브 등 해외 인터넷 사업자는 한국 내에서 실질적으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보통신망법, 방송법, 신문법 등의 규제에서는 벗어나 있다. 유튜브가 속한 구글은 신문법상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아니다. 구글은 2018년 말 서울시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반려됐다. 구글코리아가 아닌 미국 본사를 주체로 내세웠기 때문에 ‘반려를 예상한 꼼수 신청’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삭제 등 시정명령을 즉시 수용한다.

유튜브는 당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아도 주로 접속 차단을 할 뿐 삭제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5·18 민주화운동 역사 왜곡 정보’와 관련해서도 유튜브는 반년 넘게 미루다 삭제 조치했다. 그마저 문제가 된 100건 중 85건만 삭제해 15건은 아직 남아 있다. 유튜브는 미삭제 이유에 대해 ‘약관 위반이 아니다’고만 당국에 통보했다고 한다.

가짜뉴스규제법으로 도를 넘은 영상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실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상우 교수는 “가짜뉴스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려우므로 처벌법 이행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가짜뉴스규제법은 기존 언론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유튜브 방송은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유홍식 교수는 “현재로서는 시민들의 뉴스 리터러시(문해력)를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어릴 때부터 인권 및 시민 교육을 시켜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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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사2팀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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