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이 동네의 ‘대장’(지역 집값을 주도하는 아파트)이에요.” “이 아파트를 1년 전쯤 보러 왔는데 그 사이 가격이 2억원이나 뛰었네요.”

장맛비가 예고된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 일대에서 아파트 단지, 오피스텔 일대를 돌아보는 ‘임장’(집을 사기 전 근처를 돌아보는 것)에 동행했다. 실거주할 집을 찾는 60대 부부와 내집 마련을 꿈꾸는 30대,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려는 직장인, ‘부린이’(부동산 공부에 갓 입문한 사람)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10명가량이 모였다. 오전부터 시작된 임장은 오후 늦게 빗방울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인근의 아파트 단지 3곳을 돌고 나니 휴대전화 만보기 앱 숫자는 1만보를 훌쩍 넘어 있었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투기를 잡으려는 정책이 정작 부동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임장은 지하철역과 IT산업단지, 편의시설 등을 기준으로 ‘1급지’부터 ‘4급지’까지 표시를 한 지도를 보며 일대에서 선호되는 아파트 단지들을 둘러보는 식으로 진행됐다. 내집 마련이 목표인 30대는 정부 대책이 과열된 집값을 잡을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손모(34)씨는 “집을 매매하기엔 집값이 너무 비싸서 차라리 분양을 노리고 있지만 가능성이 희박해 걱정”이라며 “더 일찍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어야 했다”고 땅을 쳤다.

노후대책으로 부동산에 기대고 있는 60대 권모씨는 “집값이 떨어질 것 같아 원래는 집을 팔고 현금을 갖고 있으려고 했는데, 집을 구매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며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입지에 구하려고 하지만 정부 대책이 혼란스러워 고민이 많다”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고모(31)씨는 “지방이나 외곽지역의 집값은 떨어지지만 정작 서울 강남이나 투기과열지구의 집값은 오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임장에 동행한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최근 정부 대책 발표 이후 혼란스러워하는 매수자들의 문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집값이 더 오르기를 기대하는 주민들은 임장 행렬을 반겼다. 임장을 하는 이들에게 다가온 인근 주민은 “부동산에서 왔느냐”며 “이곳에 4년째 사는데 정말 좋은 동네다. 당장 투자하라”고 넌지시 말했다.

정부 대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부동산 공부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스터디 공간에서 열린 ‘내집마련 아카데미’에는 사전 예약한 수강생 40명이 참석했다. 직장인 김지선(32)씨는 “이제 돈 버는 방법이 부동산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강의에 나선 박준석 대표는 “부동산 가격과 대책 때문에 청년층이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편”이라며 “부동산 공부에 입문하는 2030 수강생들의 문의가 많아 수업이 꽉 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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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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