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로나에 지친 관객들 마음 조금이나마 치유됐으면”

3년 만에 단독 콘서트 개최하는 피아니스트 김광민

다음 달 15일 3년 만의 단독 콘서트를 여는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 30년 동안 ‘학교 가는 길’ 등 수많은 명곡을 발표한 그는 이 콘서트에서 대표곡과 함께 미발표 신곡들도 선보인다. 연합뉴스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60)의 연구실에는 그랜드 피아노를 포함한 각양각색의 피아노 5대가 놓여 있다. 6~7평 남짓한 공간에 빽빽하도록 피아노들을 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연구실에서 만난 김광민은 “같은 악기처럼 보여도 개성이 달라 음악 작업에 각각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더니 “국내에 1대 밖에 없는 피아노의 소리를 들어보라”며 이내 마법 같은 선율을 들려줬다.

연구실의 피아노들은 미국 버클리음대 유학파 1세대인 그가 유학 시절부터 하나씩 수집해온 보물들이다. 음색마다 개성을 발견하는 그 안목이야말로 김광민을 장르 경계가 무의미한 음악가로 발돋움하게 한 밑거름이다. 1991년 앨범 ‘지구에서 온 편지’로 데뷔한 그는 조용필 김민기 양희은 들국화 조동진 이문세 윤상 아이유 등 대중가수들과 꾸준한 협업으로 재즈 대중화를 선도한 아티스트로 꼽힌다.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지구에서 온 편지’ ‘아침’ 등 명곡들도 다수 발표했는데, 그의 대표곡 ‘학교 가는 길’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을 정도다.

최근 그룹 블랙핑크가 발표한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을 즐겨 들었다는 김광민은 “음악은 장르에 상관없이 결국 하나로 만나게 돼 있다”며 “음악은 곧 좋은 것”이라는 간단명료한 답을 내놨다. 그가 다음 달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3년 만의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도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울한 시민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해서다. 공연 시리즈 ‘섬머 브리즈’의 첫 아티스트로 오르는 그는 무대에서 ‘학교 가는 길’ 등 대표곡과 미발표 신곡들을 함께 들려준다. 김광민은 “이번에는 즉석 신청곡도 받고 즉흥 연주 시간도 가져보려고 한다”며 “관객과 소통하면서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광민이 최근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모습. 방송화면 캡처

김광민은 연주·작곡 외에 13년간 MBC ‘수요예술무대’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송 활동으로 대중과 지근거리에서 호흡해왔다. 특히 최근 MBC 예능 ‘놀면 뭐하니’ 방구석 콘서트 편에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출연해 특유의 입담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광민은 “유희열, 이적이 친한 음악 동료들이라 편한 마음으로 했더니 반응도 좋더라”며 “사실 나는 부끄럼도 많고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피아노를 즐겨 치던 어머니 밑에서 4살 때부터 건반을 두드리던 그는 클래식 음악과 함께 큰형의 영향으로 사이먼 앤 가펑클 등 팝송과 록을 두루 접하며 ‘통섭’의 음악가로 성장했다. 30년 가량 음악에 몸담은 김광민이지만 그에게 음악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란다. 김광민은 “고등학교 때 기타로 작곡한 2017년 정규 6집 수록곡 ‘여름방학’도 언젠가는 ‘학교 가는 길’처럼 흥행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유는 없다. ‘학교 가는 길’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이유도 아직 모르겠다”며 웃어 보였다.

“제자들과 음악으로 교감하는” 교편에 대한 꿈이 있었다는 그는 1998년부터 동덕여대 공연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제자들에게 “음악을 배우는 건 수단이고 배운 걸 바탕으로 자신의 음악 색깔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그는 “재즈는 클래식부터 영화음악, 대중음악까지 모든 장르에 접목이 가능한 무궁무진한 장르”라면서 “후배들이 재즈를 대중과 좀더 가깝게 풀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조금 더 안다고 젠체하고 ‘우리만 잘 났다’고 하는 건 재즈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

내년에 데뷔한 지 30년째인 김광민은 신곡을 모은 30주년 기념 앨범과 콘서트 등을 기획 중이다. 그는 “아직 발표하지 못한 곡이 수십 곡은 된다”며 “대중적이든 대중적이지 않든 새로운 음악을 꾸준히 만드는 게 음악가로서의 꿈”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최근 작업 중인 곡에 관해 묻자 “음악은 거울과 비슷하다. 인생을 살아보니 시기마다 써지는 곡들이 다르더라”며 “요새는 ‘회상’을 많이 한다. 낭만적으로 변해가나 보다”며 웃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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