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년간 160조원을 투입해 대전환을 꾀한다. 1930년대 대공황을 탈출한 미국의 ‘뉴딜’처럼 국가가 주도해 신산업을 발굴하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한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기존 정책에 ‘뉴딜’만 붙인 재포장이 수두룩하다. 정부 안팎에서는 당초 76조원인 총 사업비가 각종 민원으로 160조원까지 부풀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획기적인 ‘한 방’이 없는 백화점식 정책이 또 나왔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청와대와 정부는 14일 디지털·그린 뉴딜과 안전망 강화를 뼈대로 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90년 전 미국의 뉴딜은 위기를 극복하고, 그것을 기회 삼아 사회 체질을 바꿨다. 현 정부가 이를 차용한 셈이다.

취지는 좋지만 내용은 부실했다. 정부는 당초 디지털 뉴딜만 검토했다. 하지만 당청에서 그린 뉴딜의 필요성이 나왔고, 여기에 더해 안전망 강화의 경우 고용뿐만 아니라 복지 분야까지 넓어졌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윤곽은 5년간 76조원이었으나 최종은 5년간 160조원까지 불어났다.

덩치가 커지면서 ‘한국판 뉴딜’은 선택과 집중을 잃었다. 획기적인 사업 없이 기존 정부 안팎에서 거론된 사업들이 재포장돼 나열됐다. 정부는 데이터 경제를 가속화하고, 5세대 이동통신(5G) 전국망을 활용하기로 했다. 자율차와 드론 등을 위해 국토와 시설을 3차원 기반으로 분석하는 신산업 육성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비대면 의료는 ‘스마트 의료 인프라 구축’ 시행에 그쳤다. 5G를 활용해 격리병실 환자 정보를 실시간 전송·관리하고, 병원 간 디지털로 협진을 하는 것이다. 12개 질환별 인공지능(AI) 정밀 진단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기로 했다. 감염예방 시설을 갖추고 사전에 전화상담을 하는 호흡기전담클리닉만 일단 설치하기로 했다. 정작 본격적인 비대면 의료는 의료계와 논의 후 추진으로 대책에서 빠졌다.

정부가 10대 과제에 넣은 그린 스마트 스쿨은 초·중·고에 와이파이를 깔고 스마트 기기를 배포하며, 노후학교 태양광 발전시설 등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기존에도 해왔던 사업이다. 그린과 스마트라는 이름이 붙어 마치 새로운 사업인 것인 양 재포장됐다.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를 확대하고 전기와 수소차를 보급하는 방안도 이미 정부가 수차례 발표했던 사업이다.

마지막 축인 안전망 강화도 논의를 거치며 사업들이 늘었다. 전 국민 대상 고용안전망 구축이 핵심이었으나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과 상병수당(일을 하다 다칠 때 받는 수당) 도입 등이 추가됐다. 산업 안전을 지킨다는 안전보건지킴이 400명 채용까지 뉴딜 대책에 담겼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디지털·그린 뉴딜은 방향이 맞지만, 새로운 내용 없이 기존 사업들이 대부분 포함됐다”며 “안전망 강화 부분은 뉴딜과 관련 없는 사업들이 있다. 향후 5년 계획인데 다음 정권이 이어 받지 않으면 연속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