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른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대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제에 대해 “당대표로서 너무 참담하고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논쟁이 도를 넘어가고 있다. 박 전 시장의 지지자뿐 아니라 현직 검사와 스스로를 친척이라고 주장하는 이들까지 피해자 A씨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면서 2차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진혜원(45) 대구지검 부부장검사는 15일 페이스북에 그리스 비극 ‘히폴리토스’를 인용한 글을 게시했다.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 테세우스의 젊은 새 신부 파이드라가 테세우스의 아들 히폴리토스를 연모하던 중 사랑을 이루지 못하자 그를 강간범으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이다.

진 검사가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 A씨를 히폴리토스를 모함해 죽음에 이르게 한 파이드라에, 박 전 시장은 누명을 쓴 채 죽음을 당한 히폴리토스에 비유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진 검사는 그러면서 “사실관계는 프레임을 짜고 전격전으로 달려든다고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틀 전에도 박 전 시장과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자수한다.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 두 명을 동시에 추행했다”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이어 전날엔 “빌 게이츠도 비서였던 멀린다와 연애 후 결혼했다”면서 “남성이 상사일 경우 여성이 성적 자기결정 무능력자가 되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 빌 게이츠를 성범죄자로 만드는 신공”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날 대검찰청에 진 검사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박 전 시장의 조카라고 주장한 한 남성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은 여자문제에 관한 한 젊어서부터 반푼이였다”면서 “멘털이 흔들릴 때 비서가 잡아준 듯한데, (박 시장이) 여자에 능숙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논란이 이어지자 페이스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는 익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여권 성향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피해자를 관비에 비교하는 듯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난중일기에서 ‘관노(관비)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렇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후 피해자를 ‘관비’에 빗댄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예를 든 제 잘못이 크다”면서도 “김구 선생에게도 비슷한 일화가 있다”고 해명했다. 피해자는 지난 13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이 같은 2차 가해 행위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박 전 시장 사건에서 2차 가해가 급속히 확산되는 이유로 ‘정치적 확증편향’을 꼽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권에서는 ‘박 전 시장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하다”며 “미투(MeToo·나도 당했다)와 n번방 사태 이후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도 “진상규명이 정확히 이뤄지기 전까지 확실치 않은 논쟁은 자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는 여권 지지층이 박 전 시장을 은연중 옹호하는 행동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윤태 송경모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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