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수도권 주택공급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부동산 대책 당정협의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왼쪽은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권현구 기자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우왕좌왕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지 12시간 만에 국토교통부 차관이 이를 부인했다. 그러다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당정 합의에 동참하자 차관이 다시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촌극을 빚었다.

이후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하루 만에 정책의 큰 틀이 뒤바뀌는 혼란이 발생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불안을 키우는 주범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토부 박선호 제1차관은 15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풀 것인지 묻는 말에 “정부 차원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차관은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의 이런 발언은 전날 홍 부총리의 발언과 정반대다. 홍 부총리는 전날 저녁 방송에 출연해 “필요하다면 (주택 공급 대책의 하나로)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도 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정부 안팎에선 또다시 기재부와 국토부가 부동산 정책을 두고 기싸움을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부처는 지난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를 두고 갈등을 보인 바 있다. 국토부는 서울 집값 과열세를 잡기 위해 민간 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전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반면 기재부는 건설투자를 위축시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대입장을 보였다.


더 황당한 것은 단순히 기재부·국토부 간 불협화음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국토부 장·차관이 때와 장소에 따라 발언이 오락가락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5일 서울 시내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장기적 대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까지 그린벨트 해제 ‘풍선’을 띄우기 시작한 것이다.

김 장관은 전날 방송에서 “지금은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당정 회의에서는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공급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김 장관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만났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군 유휴부지를 추가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자 박 차관은 다시 입장을 바꿨다. 이날 오후 열린 주택 공급 확대 실무기획단 첫 번째 회의에서 그는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도 논의하겠다”며 오전에 내놓은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한편 서울시는 입장문을 내고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며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간 땜질식 대책만 내놓던 정부가 이번에는 공급 확대 방안 방향성을 두고 내부 혼선을 빚자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22번째 대책을 내놓고도 일관된 정책 방향성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만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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