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진 고용환경에 곳곳 걱정소리만…

“가뜩이나 매출 떨어지는데…” 점주들 한숨, 직접 근무 늘어

한 편의점 점주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를까 걱정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며 하루 10시간 이상씩 근무하는 점주들도 늘고 있다.

“얼마가 됐나요? 8720원이요? 지금도 높은데.” 지난 14일 오후 찾은 서울시 중구의 한 편의점. 매장 점주에게 이날 새벽께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설명하자 한숨을 쉬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지금 아르바이트 5명을 두고 있는데,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해 이들의 근무시간도 줄이던 상황”이라며 “만원까지 오를까 조마조마했는데, 그나마 적게 올라 다행인가 싶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점주는 최근 코로나19로 지난 4월부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평소 하루 방문 손님은 300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200명도 채 오지 않고 있다. 점주는 이런 상황에 최저임금까지 오른다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아르바이트생 5명의 인건비로 한 달에 약 48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며 “매달 빠지는 임대료 역시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날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590원)보다 130원(1.5%) 인상된 금액이다. 국내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가장 낮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인상률은 2.7%였다. 앞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16.4% 인상)과 8410원(2.1% 삭감)을 주장했었다.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여파를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는 게 최저임금위원회의 설명이다.

역대 최저 인상률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는 달랐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인근의 다른 편의점 점주는 매장을 유지하기 위해 ‘알바’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편의점을 운영한지 3년째라는 그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전년보다 30% 정도 감소했다”라며 “그동안 같이 일한 (아르바이트) 동생들을 내보낼 수 없어, 지금 예금까지 깨서 급여를 주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 안되면 내가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든 ‘투잡’을 해서 돈을 벌어올 생각도 갖고 있다”며 “이번에 최저임금이 만원 가까이 올랐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선 점주처럼 소폭 상승조차 부담스럽다는 자영업자가 대다수였다. 서울역 인근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씨(58)는 “업종 간 근무 강도가 분명 차이가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식당 서빙이나 계산 같은 단순 업무에도 이를 적용하다 보니 불합리함이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월부터 종업원 없이 아내와 단둘이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근무시간은 보통 10시간이 넘는다.

문구 사무용품점을 운영하는 윤모씨(60)도 지난 2018년부터 혼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시 최저임금이 한 번에 16% 가까이 올라 더 이상 종업원을 둘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문구를 사기 시작하니 매출은 계속 떨어져만 가고, 여기에 최저임금도 올라 더 이상 사람을 쓸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주뿐 아니라 종업원들에게도 최저임금은 민감한 문제다. 임금이 오르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인식도 커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경기마저 얼어붙으면서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귀해졌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대학생 749명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5%가 ‘코로나 이후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라고 답했다.

충정로역 인근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은 “만원의 시급을 받고 눈칫밥을 먹느니 차라리 지금의 시급을 받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면서 “시급이 오르면 일의 강도 역시 더 힘들어질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건너편의 고깃집에서 저녁 장사를 준비하던 한 고령의 여성 종업원은 “지금도 충분히 (급여를) 받고 있다 생각한다”라며 “어렵게 일터를 구한지 7개월째인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아무래도 (고용이) 불안해지지 않겠나”라며 조심스레 답했다.

한전진 쿠키뉴스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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