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서울예술단, 주말부터 공연 재개한다

18일 ‘잃어버린 얼굴, 1895’·19일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지난 5월 29일 시작된 정부의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로 취소됐던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위 사진)과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가 이번 주말 공연을 재개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품에 참여한 민간 예술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조치다. 국립극단, 서울예술단 제공

지난 5월 29일 실시된 정부의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가 무기한 연장되면서 공연이 취소됐던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과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가 이번 주말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당초 6월 25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할 예정이었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19일 공연을 시작해 당초 예정됐던 7월 26일 막을 내린다. 지난 8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하려다 공연 취소를 거듭해온 ‘잃어버린 얼굴, 1895’도 18~26일 남은 공연을 올린다.

두 단체의 공연 재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15일 저녁 결정을 내리면서 급하게 이뤄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16일 “불가피한 경우에 따라 방역 대책을 수립해 행사를 올리도록 한다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지침에 따라 기준을 세웠다”며 “민간 인력·자본이 50% 이상 들어오거나 민간과 공동 개최하는 경우 민간 피해를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공연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연 회차를 일부씩 취소했던 서울예술단과 달리 국립극단은 앞서 전체 회차를 취소했었기 때문에 16일 오후 부랴부랴 티켓 예매 안내를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띄웠다.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는 지난 6월 3일 티켓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28회차 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했었다. 국립극단은 이번 8회차 공연에 대해 17일 유료회원 대상으로 우선 예매를 받은 뒤 18일 일반회원 예매를 받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예술의전당도 민간 아동극단 3팀을 초청해 여는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을 16일 예정대로 시작했다.

국공립 공연장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증후군(코로나19) 사태 이후 생활방역체계로 돌입했던 5월에 잠시 문을 열긴 했지만 대부분 문을 닫았었다. 이에 비해 민간 공연장들은 계속 공연을 올려왔으며,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정부의 권고지침인 ‘지그재그 좌석제’를 따르지 않고 있다. 관객이 마스크를 쓰고 침묵한 채 무대를 향하는 공연장의 특성상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매우 낮은 데다 공연장 내 거리두기를 하면 발생하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공립 공연장을 대관한 민간단체가 지침 준수 문제로 공연을 취소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공연장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조치가 부재한 탓에 휴관을 이어가던 국공립 공연장들 가운데 일부는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달 16일 EMK뮤지컬컴퍼니와 공동 주최한 ‘모차르트!’를 무대에 올렸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철저한 방역을 토대로 ‘모차르트!’가 순항하자 그동안 눈치를 보던 다른 국공립 공연장도 재개에 나섰다. 정동극장은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와 공동주최하는 뮤지컬 ‘아랑’을 지난 7일 재개했다. 5월 22일 개막했던 이 작품은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 이후 공연을 중단했었다. 예술의전당은 지난 8일 자체 기획한 마티네 콘서트, 9일 민간단체와 공동주최한 ‘6.25전쟁 70주년 기념 특별 음악회-평화 음악회’를 열었다. 심지어 대관 공연의 경우 그대로 진행했는데 “민간이나 대관 공연은 취소를 유도할 순 있어도 강제 취소는 어렵다”는 게 예술의전당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립 문화예술시설에 대한 휴관 조치를 공식적으로 해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국공립 공연장과 예술단체는 관객과 직접 만나는 대면 공연 재개를 준비하다가 막판에 뒤집기도 했다. 국립극장은 지난 3일 개막한 ‘2020 여우락 페스티벌’을 당초 대면 공연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개막작을 포함한 모든 공연을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했다. 여우락 페스티벌은 민간 아티스트들이 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지만 국립극장은 이번 주말 공연을 재개하는 국립극단 등과 달리 25일 폐막까지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정부의 공공 문화예술시설에 대한 휴관 조치가 길어지면서 공연계에서는 공연산업의 고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이 15일 브리핑에서 “공공시설 운영 중단 부분은 실제 위험도에 따른 평가라기보다 ‘공공시설 운영을 중단했다’는 상징적 측면 때문에 중단한 것”이라는 말에 공연계 안팎에서는 “상징적 조치로 인해 너무 큰 피해를 입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티켓 오픈부터 무대 세트업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특성상 무대예술은 더욱 섬세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국립 공연단체 관계자는 “박물관이나 도서관 등은 지침이 풀리면 곧장 재개할 수 있지만, 무대 공연은 표를 판매하고 리허설을 하는 데 시간이 들지 않나”며 “무대공연 정책 수립을 두고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일로 국공립공연장을 닫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연계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공립과 민간을 구분하지 않는 만큼 공연장을 같은 기준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 5월 말부터 속속 공연장의 문을 열고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공연장 재개 로드맵을 따르고 있다.

강경루 박민지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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