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고 내려놓으니 내 안의 ‘렌트’가 보였어요”

[인터뷰] 뮤지컬 ‘렌트’ 함께 출연하는 해외파 전나영·김수하

뮤지컬 ‘렌트’는 1990년대 록 뮤지컬 최고의 히트작이다. 이번 한국 프로덕션에서 전나영(왼쪽)과 김수하는 각각 시위 퍼포먼스를 벌이는 행위예술가 모린과 에이즈에 걸린 스트립 댄서 미미를 맡았다. 권현구 기자

2010년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한국(계) 여배우 두 명이 잇따라 등장했다. 2013년 웨스트엔드에서 동양인 최초로 뮤지컬 ‘레미제라블’ 판틴 역에 캐스팅 된 네덜란드 교포 3세 전나영과 2015년 대학 재학 중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킴 역으로 한국인 최초 웨스트엔드 주역으로 출연한 김수하다.

모든 뮤지컬 배우에게 ‘꿈의 무대’인 웨스트엔드에 섰지만 두 여배우에게 또다른 ‘꿈의 무대’는 한국이었다. 전나영은 ‘레미제라블’ 제작사인 카메론 매킨토시 프로덕션의 권유로 2015년 한국어 버전의 오디션을 봤다. 당시 판틴 역으로 출연한 그는 ‘노트르담 드 파리’ ‘아이다’ 등의 여주인공을 잇따라 맡으며 한국에 정착했다. 단국대 재학중 일본의 ‘미스사이공’ 오디션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웨스트엔드에 선 김수하는 유럽 투어와 일본 무대에도 킴 역으로 출연했다가 지난해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두 여배우는 이번에 뮤지컬 ‘렌트’에 함께 출연한다.

전나영과 김수하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렌트’는 어려운 작품이다. 하지만 힘을 빼고 연기하니 내 안의 ‘렌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1996년 초연된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원작으로 하는 록뮤지컬이다.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희망을 그린 ‘렌트’는 당시 마약, AIDS 등을 녹여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사람은 “‘렌트’는 날 것 같은 작품이기 때문에 감동도 그만큼 직접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AIDS에 걸린 시한부 스트립 댄서 미미 역의 김수하는 “미미가 극 중에서 19살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더 어리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진한 화장에 감춰진 순수한 눈빛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행위예술가 모린 역을 맡은 전나영은 “모린은 노숙자 등 이방인을 위한 시위 퍼포먼스를 펼친다”면서 “교포인 나도 이방인이어서인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피력했다.

두 여배우는 가족과 고향을 떠나 웨스트엔드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김수하는 “영국 오디션을 앞두고 엄마가 ‘젊을 때는 실패도 경험’이라고 용기를 주셔서 런던으로 떠났다. 이후 극장에서 의상을 입어보고서야 ‘미스 사이공’에 출연한다는 실감이 났다”면서 “하지만 ‘이 옷을 입을 자격이 있을까’하는 마음이 드는 등 초반엔 많이 불안했다”고 떠올렸다. 전나영은 한국에 온 뒤 더블캐스팅 등 독특한 뮤지컬계 시스템이 낯설었다고 털어놓았다. 전나영은 “한국은 외국과 비교해 작품보다 배우에 쏠리는 관객의 관심이 더 크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배우 캐스팅의 장점도 발견하게 됐다. 무엇보다 경쟁심이 생겨 더 잘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라고 웃었다.

이번 ‘렌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막을 연 것이라 두 배우에겐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전나영은 “무대에 오를 때마다 다른 배우, 스태프와 함께 작품을 올리기 위해 함께 헤쳐나간 어려움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김수하는 “코로나19로 언제든 공연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 마지막 공연이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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