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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 시대 교통정책의 새 패러다임

김영태 OECD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


요즘 가장 확실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삶이 불확실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결코 말장난이 아니라 현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 확산, 국경 봉쇄, 전 국민 외출 금지, 마스크 착용 일상화, 모든 식당 영업정지 등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영화에서나 등장할 만한 일들이 세계 도처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교통 분야가 이번 사태로 인해 특히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제 우리는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선 연결성(connectivity)에 관한 질문이다. 오랫동안 인류는 속도를 정복하며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연결성의 제고는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2019년 우리나라가 의장국이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 장관총회의 주제가 바로 연결성이었고, 이때 많은 교통 전문가들이 연결성의 장점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바이러스 확산 과정에서 연결성은 독이 됐다. 이제는 연결성뿐만 아니라 적절히 연결을 끊을 수도 있는 안전장치와 복구체계 등 연결성의 효과적 관리 수단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최근 대중교통은 교통혼잡, 기후변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가용 이용을 대신할 수 있는 ‘좋은 것’으로 인식돼 왔으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대중교통도 항상 바람직한 것으로만 보기는 어렵게 됐다. 선진적인 대중교통체계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편의성, 정시성, 안전성 등 여러 기술적 요소들이 고려됐으나 이제는 위생적 측면도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 사태 때 많은 나라들이 대중교통 운영을 줄이고, 국민에게 자가용을 이용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이제 대중교통은 기술적 측면 외에 위생, 사회적 약자 등을 고려한 정교한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분위기 속에서 대량수송의 장점을 가진 버스나 지하철보다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도 더욱 주목받게 됐다. 특히 친환경 교통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던 도시들은 자전거를 위한 공간을 더욱 확대하는 등 도로 인프라를 신속히 개선하기도 했다.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이동수단이 많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교통 인프라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마지막은 환경 문제다. 오랫동안 개발과 환경이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 오다가 최근에는 지속 가능 개발, 친환경 개발이라는 타협적인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면 우리는 보다 파격적인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즉 인간을 위협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그동안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살던 인간과 야생동물이 만나면서 등장하는 것이라 하니, 무분별한 개발은 자살골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많은 나라가 최근 국민들의 외출을 금지했을 때 우리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환경 개선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인류가 지식과 정보를 축적해 오면서 우리의 삶이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나아지긴 했으나 자신의 전문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 대한 무지와 부처 이기주의 등이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컨트롤타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찾기 어렵다. 이제 교통 분야는 위생, 관광, 무역, 주거, 환경 등의 분야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종합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교통만 바라보면 교통 문제, 나아가서는 사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두통으로 인해 한의원에 가면 원인 치료를 위해 머리 대신 다른 곳에 침을 놓는 것처럼 이제는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생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김영태 OECD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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