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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깔따구

김의구 논설위원


강변이나 천변을 산책할 때 자주 마주치는 깔따구는 여름철 대표적 불청객 중 하나다. 모기와 흡사하게 생겼지만 피를 빨지는 않는다. 하루살이처럼 입이 퇴화해 물지 못한다. 더듬이가 모기보다 길게 나와 있지만 침은 아니다. 몸 크기도 1㎝ 정도로 훨씬 작아 방충망까지 뚫고 들어온다. 이름이 비슷한 각다귀는 모기보다도 훨씬 커 대왕 모기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역시 물지는 않는다.

깔따구는 황혼 녘에 새카맣게 무리 지어 비행한다. 짝짓기를 위한 군무다. 하루살이도 떼 지어 날아다니지만 깔따구보다 몸집이 크고 긴 꼬리가 달려 있다. 깔따구는 빛을 좋아해 등이 켜진 곳 부근에 나방파리 등과 뒤섞여 떼로 죽어 있는 모습이 심심찮게 발견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깔따구는 병원체를 옮기지 않지만 알레르기성 천식이나 비염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이들은 마스크를 해야 한다.

깔따구가 이번 여름 전국에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 지난 9일 인천 서구 일대 수돗물에서 붉은 깔따구 애벌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뒤 서울 중구와 충북 청주, 부산 등에서도 연일 비슷한 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깔따구의 유충은 짙은 붉은색을 띠어 실지렁이와 비슷하다.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와 함께 4급수의 오염된 물에 사는 대표적 생물이다. 깔따구도 하루살이처럼 성충이 된 뒤 5일을 넘기지 못한다. 깔따구 유충은 유기물과 오염물질을 정화하며 물고기 먹이 역할도 한다.

하지만 수돗물의 안전성 시비를 여러 차례 겪은 시민들로서는 생활용수에서 발견된 애벌레를 예사로 넘길 수가 없다. 청와대 게시판엔 분노의 글과 함께 수돗물 업무 관련자들을 징계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 1만명 넘게 동의했다. 인천시는 원인으로 지목된 입상활성탄지 운영을 중단했다. 정세균 총리도 신속한 원인 조사와 전국 정수장 484곳에 대한 긴급점검을 지시했다. 올여름은 모기의 극성이 덜해 무난히 지나가나 했더니 기어코 수돗물에서 사달이 났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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