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제 없는 ‘연극의 해’… 공연예술 패러다임 변화 시도

집행위, 공정보상 체계 제도화

심재찬 ‘2020 연극의 해’ 집행위원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집행위는 안전한 창작환경 구축,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 관객 소통의 다변화 등 3대 목표를 내걸었다. 연합뉴스

“질 좋은 공연 창작 환경을 조성해 향후 연극 예술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겠다.”

올들어 연극계에서 논란이 이어졌던 ‘2020 연극의 해’와 관련해 집행위원회(집행위)가 20일 서울 용산구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전한 창작환경,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 관객 소통의 다변화’라는 3가지 목표를 내걸었다. 집행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감안해 연극제 등 행사를 열지 않는 대신 연극계 공정 보상 체계 제도화, 위계 문화 개선, 젠더 감수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14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극의 해는 당초 블랙리스트와 미투 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은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2020 연극의 해’를 지정한 문화체육관광부는 21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1년간 집행위가 마련한 연극계 장단기 발전 계획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문체부가 연극의 해를 지정한 것은 1991년 ‘연극, 영화의 해’ 이후 29년 만이다.

이날 간담회에 유독 큰 관심이 쏠린 이유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사업 필요성을 두고 그동안 연극계의 갑론을박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연극협회는 지난 2월 연극의 해 예산 21억원을 즉각적인 피해 복구에 써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연극계가 고사 직전인 만큼 연극의 해 사업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공연전산망에 따르면 연극 매출은 지난 1월 31억1000만원에서 코로나19 사태로 4월 6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5월 13억4000만원, 6월 9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집행위는 연극의 해 사업을 직접 지원보다는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로 채웠다. 심재찬 집행위원장은 “축제처럼 들썩이는 행사보다 건강한 공연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세대,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인 연극인들로 집행위를 구성했다”고 부연했다.

집행위는 먼저 안전한 창작환경 조성을 위해 어려운 처지의 연극인들을 돕는 콜센터 ‘연극인공감120’을 신설하고, 예술노동에 대한 ‘공정보상’ 체계를 세우기 위해 기초연구를 진행한다. 또 ‘전국 청년 연극인 네트워크’, 성평등한 창작 기반을 마련하는 ‘연극 그리고 젠더감수성’ 사업 등을 추진해 장기적인 연극 생태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관객 소통을 위해 ‘연극인 일자리 매칭 앱’ 개발 등도 마련됐다. 심 위원장은 “14개 사업에 참여하는 연극 관계자들만 400~500명 된다”며 “연극계 움직임을 모아 공론장을 만들고 전국적인 캠페인을 만들자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극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도 감지된다. 한 연극계 관계자는 “젠더 감수성 사업 등은 의미 있지만 선언적인 느낌이 강하다. 또 지역 연극계가 서울과 연계할 여력이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방지영 부집행위원장은 “연극의 해는 포스트 코로나라는 미래를 앞두고 연극인이 연극계를 스스로 정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극인 공감120’ 등 지속성이 필요한 사업이 1년짜리 단발성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 위원장은 “예술인복지재단이나 연극인복지재단 등에서 해당 사업을 이어받으면 좋을 듯 하다. 문체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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