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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그린벨트 딜레마

이흥우 논설위원


그린벨트 개념은 영국에서 처음 논의됐다. 산업혁명으로 도시가 무분별하게 팽창하면서 19세기 후반 이를 막기 위한 장치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1930년대 법제화를 통해 세계 최초로 그린벨트 제도가 실시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71년 박정희 정권이 도입했다.

그린벨트는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최초로 452.2㎢가 지정됐고, 이후 꾸준히 확대돼 77년 전 국토의 5.4%까지 넓어졌다. 이를 정점으로 그린벨트 내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다 88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부분개발이 이뤄졌다. 그러다 그린벨트 해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김대중정부 들어서 대폭 훼손됐고, 노무현·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그린벨트 면적은 계속해서 야금야금 축소됐다. 개발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 탓이다.

그나마 대도시 근교에서 녹색지대를 감상할 수 있는 건 그린벨트 몫이 크다. 다수 국민도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4%가 택지 개발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했다(찬성 26.5%).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는 법. 다수는 그린벨트의 혜택을 누리지만 소수의 그린벨트 소유자는 재산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그린벨트 관련 분쟁과 민원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98년 12월 그린벨트를 지정한 구 도시계획법 제21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린벨트 제도 자체는 헌법에 합치되나 사회적 제약을 넘는 가혹한 부담이 발생한 경우에도 보상규정을 두지 않은 건 위헌이라는 취지다. 헌재 결정 이후 많은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재산권 행사 제약이라는 근본 원인이 제거된 건 아니다.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그린벨트 해제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없던 일로 교통정리됐다. 현재를 위한 개발 대신 미래를 위한 보존을 선택한 것이다. 그린벨트는 보존해야 마땅하나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한 ‘사이비 그린벨트’까지 보존해야 하는 건지 사회적 토론이 더 필요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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