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개발 드라이브… 과연 누구 위한 정책인가

어렵게 가꾸어 온 삶… 이웃 자리 돈이 대신 할수 있나

주거환경 정비사업이 펼쳐지던 때의 영등포 쪽방촌 모습.

“평당 5000만원으로 20평이면 10억 수준이죠. 이번 쪽방촌 개발이 주변 집값이 적지 않은 영향은 줄 거예요” (영등포역 공인중개사무소)

“주민 대부분이 1인가구 고령자들이예요. 월세 20만원 정도를 내며 2평 남지한 곳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어요. 아무리 좋은 집을 마련해줘도 지금처럼 주민 간 교류가 없다면 의미가 없어요” (영등포 쪽방촌 거주민)

정부의 쪽방촌 개발을 두고, 시장과 쪽방촌 주민의 온도차가 나뉘었다. 시장은 ‘돈’을, 주민은 ‘복지’를 강조했다. 두 간극을 좁히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환골탈태 앞둔 쪽방촌”

최근 방문한 영등포 쪽방촌 일대는 기자의 두 눈을 의심케 했다. 바로 옆 KTX가 지나는 영등포역과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이 무색할 만큼 낙후된 공간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쪽방촌 내 주차장 공터에는 광야교회에서 제공하는 무료급식을 이용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앞뒤, 양옆으로 붙어있는 2~4평 남짓한 ‘공간’이 더웠는지 외로웠는지 주민들은 다들 밖으로 나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영등포 쪽방촌은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 중 하나다. 서울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과 신안산선 신설역 사이에 있는 쪽방촌 1만㎡ 부지가 해당 구역이다. 1970년대 집창촌과 여인숙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영등포 쪽방촌은 도시 빈곤층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노후 주거지로, 현재 360여명이 6.6㎡(2평) 이내의 공간에서 평균 22만원(평당 11만원)의 임대료를 내며 생활하고 있다.

현재 쪽방촌은 50년 만에 새로운 주거·상업 단지로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영등포구는 영등포 쪽방촌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해당 사업은 ‘포용적 주거복지의 실현’을 기조로 기존 쪽방촌을 철거해 약 1만㎡ 부지에 쪽방주민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370호, 젊은 층을 위한 행복주택 220호, 분양주택 600호 등 총 1200호를 공급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현재의 2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을 거라 설명했다. 현재 예상되는 보증금은 161만원, 월세는 3만2000원 수준이다.

“돈의 그림자… 투자심리 여전”

시장에선 쪽방촌 개발이 영등포구 집값 상승을 견인할 거라 보고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평당 4500~5000만원. 2년 사이에 3500만원에서 뛰었다”며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이미 오를 데로 올라서 지금은 매수세가 그렇게 크지 않다. 평당 5000만원일 경우 20평이면 10억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영등포역 인근은 대부분 상업시설이다. 주거시설은 역에서 거리가 조금 있다”면서 “이번 개발을 통해 주거시설이 일부 들어서게 된다면 초역세권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지가 넓지 않지만 주변 주거시설 등에 적지 않은 수준의 영향은 미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매매시장 동향에 있어 영등포구는 높은 집값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등포구 내 노후화된 주택이 많고, 최근 신안산선 신설 및 영등포뉴타운 재개발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5년 이내 영등포구 집값 상승률은 ▲2015년 5.2% ▲2016년 9.1% ▲2016년 11.7% ▲2017년 28.0% ▲2019년 9.7% ▲2020년 7월 3.53%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초고가 주택이 몰려있는 여의도동을 제외하면 영등포구에는 노후주택이 많이 몰려 있다”며 “신축아파트들 때문에 가격 상승폭이 대체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안산선 신설과 영등포뉴타운 재개발 등도 이 지역 집값 상승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목의 역할 필요해”

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이들의 목소리를 종합해본 결과, 이들은 공간 마련과 함께 복지시설 확충 및 자립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쪽방촌에서 만난 한 주민은 “분명 월세는 더욱 저렴하다”면서도 “보증금 161만원이 부담된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부분이 무료 급식을 받는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만큼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해당 금액을 구하는 게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대부분이 1인 가구 고령자들”이라며 “임대주택으로 이전해도 지금처럼 주민들 간의 교류가 없다면 막말로 누가 죽어도 모를 것이다. 복지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이같은 요구는 욕심이 아닌 공존의 방법이었다. 쪽방촌은 분명 낙후지역이었지만, 일반 아파트나 빌라 등에서는 볼 수 없는 공간이 하나 있었다. 바로 ‘골목’과 ‘공터’였다. 대부분이 1인가구 고령자들인 이곳 주민들은 해당 공간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오늘날 주거정책은 단순히 공급만해서는 안된다. 주거공급만 이뤄지면 배드타운(할렘·낙후지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지역 사람들에게 일자리 확충 등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인 고령가구는 고독사에 취약하다. 지자체 차원에서 보호와 감시역할도 필요하지만, 이를 지역 주민 서로가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새 아파트를 지으면서 매번 커뮤니티 시설을 만든다고 하는데 사실상 우리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산다. 이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하게 한다면 이같은 문제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쿠키뉴스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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