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최후의 메모가 말하는 희망, 그런 축제됐으면”

대관령음악제 개막공연 성황리 끝낸 예술감독 손열음 인터뷰

평창대관령음악제를 3년째 이끌고 있는 손열음 예술감독. 유명 피아니스트인 손 감독은 “예술감독을 하면서 피아니스트로서도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개막 직전까지 초조했는데 객석을 채운 관객분들을 보면서 마음이 다소 놓였어요. 그동안 관객분들이 바이러스로 음악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한 아쉬움을 크게 느끼셨던 것 같아요.”

22일 오후 9시쯤 제17회 평창대관령음악제(대관령음악제) 개막공연이 끝난 직후 연주자대기실에서 만난 손열음(34) 예술감독은 축제의 성공적인 개막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춘천시립교향악단(지휘 이종진)은 소프라노 홍혜란·메조소프라노 김효나·테너 최원휘·바리톤 최인식 등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화려하게 축제의 막을 올렸다. 반야외 공연장인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철저한 방역을 바탕으로 올린 개막 공연은 준비한 좌석 450석이 가득 찼다. 원래 1000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좌석 거리두기를 적용하다보니 티켓을 구하지 못해 돌아가는 관객도 있었다.

2004년 시작돼 국내 대표적 음악축제로 자리매김한 대관령음악제는 다음 달 8일까지 알펜시아 뮤직텐트 및 콘서트홀 등에서 열린다. 이번 음악제의 주제는 올해 탄생 250주년인 베토벤이 남긴 유명 문구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 손 감독은 “고난을 딛고 일어선 베토벤의 메모가 궁극적으로 말하는 건 ‘희망’인 것 같다”며 “관객들이 긍정의 의지를 느끼는 축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손 감독은 2018년 3월부터 제1대 강효 예술감독과 제2대 정명화·경화 예술감독에 이어 대관령음악제를 이끌고 있다. 젊은 손 감독 취임 이후 대관령음악제는 발랄하고 트렌디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프로그램과 주제의식이 쉽고 명확해진 것이 눈에 띈다.

손 감독은 “개막공연을 보면서 그동안 축제를 준비하며 쌓인 스트레스가 음악으로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이번 축제 준비가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스코틀랜드 공연을 마지막으로 독일에 머물던 그는 5월 초 한국에 입국했다. 그동안 코로나19 추이를 보며 전체 기획안을 엎은 것만 여섯 차례. 연주자 안전을 고려해 규모 등 무대 구성을 바꾼 건 수백 번이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번 축제에서는 베토벤의 교향곡 9곡 전곡이 교향악·실내악·독주 피아노 등의 다양한 형태로 연주될 예정이다.

힘든 축제 준비 시간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은 뜻밖에도 ‘결핍’이란다. 강원도 원주에서 나고 자란 손 감독은 “내가 서울에서 자랐거나 클래식이 발달한 독일 사람이었다면 새로운 걸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며 “문화적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적은 환경을 겪으면서 다음 세대에는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고민을 늘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아니스트로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에게만 집중하게 되는데, 관객에게 기쁨을 줘야하는 예술감독을 하면서 여러 면에서 스스로 성장한 걸 느낀다”면서 “연주자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마음 한켠에서 대관령음악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감독은 대관령음악제 겨울 버전인 대관령겨울음악제 외에 ‘강원의 사계’ 타이틀을 달고 선보였던 봄·가을 축제도 강원도민들의 문화적 접근성 향상을 위해 규모를 키우길 바란다. 내년 3월로 임기를 마치는 손 감독은 “대관령음악제가 강원도의 정취와 음악의 진동, 이야기의 아름다움이 버무려진 음악제로 관객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평창=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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