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모과 한 알


빗속에 교회에 갔다
용서를 빌었으나 잘 안 된 것 같고
나도 아무도 용서하지 않았다
부러 먼 길로 돌아가는 길
비를 막기에는 우산이 점점 작아지는구나
주택가 골목길 한 발 앞서가던 할머니
길바닥에 찰싹 몸 붙인 나뭇잎들 사이에서
모과 한 알을 주워든다
“뭘 믿는 게 있어 혼자 떨어진 게야, 응?
무슨 마음으로 너 혼자서 떨어져 있는 게야”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품에 안고 조심스레 걸어간다
나도 저런 모과는 아니었는지
저런 바보 모과로 살고 있지나 않았는지
발소리 죽이며 뒤따르다 문득,
누구 하나쯤은 용서해보리라 생각한다

박해석의 ‘기쁜 마음으로’ 중

거세지는 빗줄기 속에서 혼자 떨어진 모과 한 알에 말을 걸고 안아주는 할머니 덕분에 갑자기 온기가 돈다. 용서를 하지도 용서를 받지도 못한 ‘나’는 그 장면을 보고 누구 하나쯤은 용서해보리라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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