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시론

[시론] 부동산 세금정책 유감

안창남 (강남대 교수·경제세무학과)


“브로큰 애로(broken arrow)!”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위 워 솔저스(we were soldiers)’에서 주인공 할 무어 중령이 적군의 기습으로 부대가 괴멸 상태에 처하자 자기 부대 머리 위에 포탄을 퍼부어 달라(진내 사격)고 본부에 외쳤던 비명이다. 피아가 뒤섞인 고지에 네이팜탄을 떨어뜨려 적을 격퇴하긴 했지만, 그 폭탄으로 미군 상당수가 전사했다.

문재인정부가 잇따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보면 영화 속의 브로큰 애로 외침과 유사할 정도다. 특히 성실한 납세자(1가구 1주택 보유자)와 불성실한 납세자(부동산 투기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를 처리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서 결정되는데, 공급이 제한적이다 보니 손쉬운 세금정책 개편으로라도 수요를 억제하려는 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성실한 납세자를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측면이 많다. 정부 정책의 혼선으로 집값이 급등했는데, 그로 인한 세금 부담의 증가를 이들이 뒤집어쓰고 있다. 양도소득세 계산에 적용하는 비과세금액(고가주택 판단 기준금액)이나 공제금액은 10여 년 전에 설정한 것이다. 이게 합리적인가.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1가구 1주택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해 정작 거주하고 싶은 곳으로 이사를 가지 못 할 지경이라든지 그 반대로 1가구 1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으로 정든 곳을 떠나야 할 정도라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 세금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잠재적인 납세자로 설정한다는 점에서 대중세(大衆稅) 성격이 짙다. 대중세는 누구나 납세자가 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세금부담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주택을 구입하는 시점에서 보유나 양도와 관련한 세금부담액이 예측돼야 한다. 그런데 정부 대책을 발표하면서 갑자기 세금 부담을 높인다면 이는 소급과세 논란이 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있다. 이래서 세금 제도는 예비적이거나 보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반면 부동산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은 부동산으로 해야 한다. 서울 강남에 이미 수백 미터 높이의 상업용 건물이 들어서 있다. 주택이라고 해서 높게 못 할 이유는 무엇인가.

세금은 건강한 세포조차 죽이는 항암제처럼 부작용도 적지 않다.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하면 그 세금이 부담스러워 해당 부동산의 처분을 미루는 봉쇄효과(lock-in effect)가 나타난다. 장기간 보유한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 그 기간의 이익 전부에 대해 한꺼번에 세금을 내는 결집효과(bunching effect)도 있다. 보유기간 동안 물가상승으로 부동산의 명목가치가 높아져서 결국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인플레이션효과(inflation effect) 등도 발생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부동산에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면 결국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다.

세금 제도의 존재는 사랑이나 평화처럼 태초부터 인간이 지켜야 할 ‘당위적 유산’이 아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설계되는 ‘경험적 유산’이라는 점에서 볼 때 세금 제도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알곡과 쭉정이를 구별해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그의 저서 ‘자본과 이데올로기(Capital and Ideology)’에서 “불평등은… 얼마든지 인간의 의지에 의해 축소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 것은 경청할 만하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세금정책은 대부분 세법 개정을 필요로 한다. 국회에서 중지를 모아 성실한 납세자가 우대받도록 해야 한다. 성실납세자를 보호하는 선한 청지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경제세무학과)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