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가 다음세대에게… ‘핸드메이드 희망’을 전하다

NGO ‘미래희망기구’ 이끄는 정진환 이사장·여인열 학생대표

정진환 미래희망기구 이사장(오른쪽)과 학생대표 여인열군(대원외고3)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미래희망기구 사무실에서 남수단에 보낼 희망 운동화와 태양광 LED 램프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NGO 미래희망기구(이사장 정진환)엔 몇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학생 봉사활동에 ‘봉사시간 채우기용’이란 꼬리표가 붙어버린 게 현실이지만, 이곳에선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고 싶어도 필수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 요건은 해당 활동의 본질과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교육’을 받는 것이다. 홈페이지엔 이사장 인사말, 임원소개와 함께 학생대표 소개가 당당히 ‘메인’을 차지한다. 학생들이 기획 교육 봉사 모니터링 등 NGO 활동 전반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출입증을 받고 정기적으로 열리는 청소년 브리핑 세션에 패널로 나서기도 한다.

“사무실의 10명 남짓한 직원은 코디네이션만 합니다. 에너지 넘치는 수만명의 다음세대를 거들 뿐입니다. 학생들이 중심입니다. 그들이 희망이고 미래이기 때문입니다(웃음).”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미래희망기구 사무실에서 만난 정진환(56) 이사장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 독특함이 이해됐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미래희망기구는 국내외 청소년들이 스스로 변화하고 행동하는 주체가 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수단 어린이들이 2015년 미래희망기구 자원봉사자들로부터 희망 운동화를 전달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래희망기구 제공

정 이사장은 “돕는 일(새싹후원사업)과 배우게 하는 일(새싹교육사업)이 우리 기구의 중심축”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이 힘을 모아 네팔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등 어린이 노동문제가 심각한 나라에 운동화를 보내고,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국내외 지역에 도서관 설립, 도서 지원, 지도자 파견 활동을 펼친다. 환경 평화 기후 난민 인권 등 국제적 이슈를 주제로 희망을 전하는 페인팅 작업을 하는가 하면 유엔협회세계연맹과 함께 포럼을 열기도 한다.

‘희망나눔 운동화 프로그램’은 기구의 마스코트 같은 활동이다. 벗겨진 발에 신발을 신겨주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다음세대가 타국의 다음세대에게 손수 적고 그린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전하는 게 핵심이다. 매년 전국 7000여명의 학생들이 하얀 운동화에 각양각색 희망을 그려 넣어 10개국 어린이들에게 보낸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7년째 이어오던 프로그램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지만, 학생들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학생대표 여인열(18·대원외고3)군은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해 이해교육을 진행하고 학교 강당이 아닌 각자의 집에서 희망 운동화와 천 마스크, 태양광 LED 램프를 제작해 등교하는 날 가져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엔 빌 게이츠처럼 돈이 많거나 재단을 설립해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미래희망기구 활동을 하면서 나눔과 봉사가 세상을 바꿀 힘이란 걸 확인했다”며 웃었다. 최근까지 학생들이 제작한 천 마스크 5000개, 운동화 7000켤레, 램프 750개는 지난 25일 컨테이너선에 실려 아프리카 남수단을 향해 출항했다.

미래희망기구 자원봉사자들이 희망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 넣은 운동화. 신석현 인턴기자

정 이사장은 “켜켜이 쌓여 온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이 사회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 자기 헌신을 배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며 “그 중심에 기독 신앙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NGO 설립을 계획하게 된 건 2008년 당시 중학생과 초등학생이던 자녀와 캄보디아 네팔에 자원봉사 활동을 떠나면서부터다.

빈곤국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희망 없이 스러져가는 모습을 본 정 이사장은 박수길 전 유엔대표부 대사, 조창범 유엔협회세계연맹 부회장에게 조언을 구하며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을 세계시민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NGO 설립에 나섰다.

30년 넘게 홈네트워킹 회사를 운영해오고 있지만 정 이사장은 기업을 이끄는 것보다 다음세대를 이끌어줄 때 더 큰 에너지가 발산된다고 했다. 장로로서 서울 종교교회(최이우 목사)를 섬기고 있는 그는 “예수님께서 지신 십자가에 비하면 한없이 작고 보잘것없지만,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게 길을 내는 일이 소명”이라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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