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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제왕적 법무총장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대검찰청에 거악 척결의 대명사였던 중앙수사부가 있었다.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친위부대다. 권력형 비리 사건 등을 도맡아 수사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도 많았다. 정권의 하명 수사 논란을 야기하면서 정치 검찰이란 오명을 얻었다.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이후 중수부 폐지 여론이 거세게 일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 중수부는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본격 시작된 검찰 개혁의 시발이 중수부 폐지론이었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훗날 친위부대가 없어지면서 총장은 한쪽 날개를 잃었다. 이러자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이 이인자로 떠올랐다. 그전까지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중수부장, 대검 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주요 보직 ‘빅4’ 중 하나였으나 이때부터 총장 다음의 위상을 갖게 됐다. 근데 정권과의 직거래가 가능한 자리라는 점이 부작용도 낳았다. 정권이 바뀌면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장에 코드에 맞는 인물을 심고 있어서다.

엊그제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 핵심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다. 총장 권한을 전국 6개 고검장에게 분산시키라는 것이다. 대신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을 직접 수사지휘하도록 했다. 총장의 다른 쪽 날개도 부러뜨려 ‘식물 총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나가도 너무 나갔다. 장관이 총장 역할을 하며 고검장들을 수하에 두겠다는 말이나 진배없다. 고검장들은 총장과 달리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인사 대상이다. 누가 장관의 말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서울중앙지검장처럼 직거래 고검장들을 만들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사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왕적 검찰총장을 견제하겠다면서 장관을 ‘제왕적 법무총장’으로 만드는 게 개혁이란 말인가. 누구 말마따나 “소설을 쓰시네”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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