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인도네시아 자와(Jawa) 석탄화력발전소(9, 10호기) 건설 사업을 강행키로 하면서 문재인정부 에너지 정책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탈석탄·그린뉴딜 등의 친환경 정책을 추진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해외에선 미세먼지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키로 해 ‘표리부동’ 정책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3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한전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부 지역에 총 2000㎿(메가와트)급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자와 9, 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체 사업비 규모만 35억 달러(약 4조25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전은 5100만 달러(약 600억원)를 투자하고, 건설사로는 두산중공업이 참여(수주액 14억 달러)한다.

경제성·사업성 논란 분분

자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은 두 차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조차 경제성이 명확히 결론나지 않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1차 예타 조사에서 이 사업은 종합평점 0.481을 받으며 사업을 시행하기엔 위험성이 있다는 ‘그레이존’으로 분류됐다.

2차 예타 조사에서는 종합평점이 0.549로 상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사업을 추진할 경우 손해를 보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운영기간 25년 동안 유입되는 수익과 유출되는 비용을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손실분이 4358만 달러(약 530억원)이고, 한전은 708만 달러(약 85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평가됐다.


자금을 투입했을 때 수익을 얼마나 내는지를 나타내는 내부수익률(IRR)도 주요 평가 포인트다. 자와 9, 10호기의 경우 IRR은 7%대다. 1%대의 기준금리를 감안한다면 높은 수익률이지만 대외 변수에 따라 이를 상회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

낙관 시나리오에만 기대 사업 추진

한전은 예타 조사 결과 종합평점 기준점인 0.5를 넘겨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치우쳐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전은 평균 계획송전 비율을 최대치로 두고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자와 9, 10호기가 지어질 지역의 경우 발전용량이 이미 필요치를 초과한 곳이라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게 에너지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예타 조사 보고서에서도 자금 지급보증의 불확실성, 상업운전 개시 지연, 지역 주민과의 분쟁 등의 위험성이 있다고 명시됐다.

전문가들도 부정적 변수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 정부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전직 에너지 정책 담당 관료는 “KDI에서도 지적한 사업적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 저금리 시대에 약 7%의 수익률을 얻는 게 좋을 수는 있지만 리스크를 모두 감내할 정도인지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정책 담당자라면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권고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적 판단이 우선?

업계에서는 정부와 한전이 사업을 강행하는 데는 정치적 판단이 깔렸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순방 당시 업무협약(MOU)을 맺은 사업인 터라 철회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다. 또 인도네시아와의 방위산업 분야 투자 유치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의 위기를 야기했다는 항간의 주장에 대해 정부가 이를 불식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수주를 통해 두산중공업을 간접 지원한다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의 경우 정무적 판단이 우선적으로 고려돼 강행하는 경우가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으로 얻을 이익보다 향후의 사업으로 얻을 이익이 크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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