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이응광이 서울 역삼동 작업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응광은 2007년 국립오페라단 ‘라보엠’으로 국내 데뷔해 2008~2015년 스위스 바젤 오페라극장에서 첫 동양인 전속 주역 가수로 활동했다. 권현구 기자

지난 2월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될 무렵 바리톤 이응광(39)은 휴대전화 카메라 앞에 섰다. 다양한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네이버 브이라이브 채널을 통해 스트리밍됐다. ‘방구석 클래식’이라는 이름의 이 미니 콘서트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온라인 공연이 됐다.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이응광은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컸던 당시 팬들에게 작은 위안을 전하고자 하루 만에 준비한 공연이었는데 ‘위로받았다’는 팬들의 댓글이 이어졌다”면서 “감염병 속에서도 음악적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고 떠올렸다.

2007년 국립오페라단 ‘라보엠’으로 국내 데뷔한 이응광은 2008~2015년 스위스 바젤 오페라극장에서 첫 동양인 전속 주역 가수로 활동했다. 이후 한국과 유럽 무대를 바쁘게 오가던 그는 코로나19 탓에 국내외 공연 6개가 취소되면서 서울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 이응광에게 그의 국내 소속사인 봄아트 프로젝트의 윤보미 대표가 온라인 공연을 제안했다. 인터넷 라이브 방송으로 노래를 들려주고 실시간 댓글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온라인 공연은 그에겐 경험한 적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도 “코로나19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 없다”고 생각해 동참했다. 그가 출연한 첫 ‘방구석 클래식’은 호평을 얻었고, 이후 참여한 음악가가 다음 음악가를 지명하는 릴레이로 이어졌다.

온라인을 통한 팬과의 소통에 눈뜬 그는 ‘방구석 클래식’에 모두 3회 출연한데 이어 아예 3월 20일 유튜브 채널 ‘응광극장’을 시작했다. 그는 ‘응광극장’의 팬들과 함께 빈곤 아동을 위한 기부 콘서트 ‘Song for Hope’까지 개최했다. 지난달 19일 1차 콘서트가 열렸고, 다음달 7일 2차 콘서트가 열린다.

‘방구석 클래식’에서 촉발된 그의 활동은 국내 공연계의 주목을 모았다. 그는 지난 18일 롯데콘서트홀의 ‘모차르트, 다 폰테를 만나다’ 공연에 이어 이튿날 KBS 1TV ‘열린음악회’에 캐스팅됐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그가 쉼 없이 팬들을 만나는 이유는 오페라를 포함한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더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그는 “이젠 단순한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니라 관객을 클래식으로 유혹하는 방법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가 유튜브 개설 등 새로운 시도에 주저하지 않는 것도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여러 방면에 먼저 도전해 클래식을 하는 후배들에게 새길을 열어주고 싶다”면서 “공연과 유튜브 외에 클래식을 더욱 알릴 수 있는 구상을 하고 있다. 훗날 이응광으로 인해 클래식 흐름의 ‘판도가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응광은 다음달 2차 기부 콘서트를 마치면 곧장 스위스로 출국한다. 9월 25일 개막하는 루체른 오페라극장의 2020-2021 시즌 개막작 ‘세빌리아의 이발사’ 연습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그에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전막 오페라 출연이다.

“오페라 가수가 본업인 만큼 다시 오페라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설렙니다. 극장의 냄새, 동료들과의 대화가 그리웠어요. 특히 주인공 피가로 역으로 가장 그리웠던 관객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돼 행복합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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