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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자체 세금 낭비 사업에 책임 물은 대법원 판결

대법원이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용인시를 상대로 제기한 1조원대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은 소송단이 제기한 주민소송이 적법하지 않다며 청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대법원은 주민소송 대상이라며 사업 관계자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용인시가 한국교통연구원 등으로부터 오류가 있는 용역 보고서를 제출받았다는 것은 재무회계 행위와 관련이 있다”며 주민소송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주민소송은 지자체의 불법 재무회계 행위의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주민들이 제기하는 소송이다. 이번 판결은 2005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소송제가 도입된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한 민간투자 사업 관련 사항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업성이 없는 대형 사업을 강행해 지자체 재정에 큰 부담을 안긴 세금 낭비성 사업 주체들에게 주민들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용인경전철은 지자체의 행정 실패가 낳은 대표적인 세금 낭비 사례로 꼽힌다. 2013년 4월 개통됐지만 시행사와 벌인 국제 소송에서 패소해 이자를 포함, 8500억여원을 물어줬고, 이용객이 수요 예측에 한참 못 미쳐 운영 적자가 나는 바람에 용인시 재정에 큰 손실을 초래했다. 이에 주민들은 소송단을 꾸려 사업 추진에 관여한 전 시장 3명을 포함한 전현직 용인시 공무원과 전 시의원, 용역기관과 연구원, 건설사 등 39명과 4개 기관을 상대로 용인시가 1조3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라는 내용의 주민소송을 냈었다. 2심은 당시 시장과 사업 책임자들의 고의·과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 환송했기 때문에 추후 재판에서 전 시장 등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판결은 사업성을 과장하거나 수요 예측을 부풀려 추진한 민간투자사업으로 지자체에 손실을 끼친 단체장 등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예산 낭비 지적을 받는 사업들이 전국에 수두룩한데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 사업을 밀어붙여 빚더미에 앉게되면 예산이 부족해 정작 필요한 사업에 쓸 수 없게 된다.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간다. 이번 판결이 지자체장들의 무분별한 치적 사업을 근절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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