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9일 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감축 규모는 현재 3만6000명의 3분의 1인 1만2000명이다. 당초 보도로 알려진 9500명보다 규모가 더 크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주독미군 감축이 방위비 분담 문제와 직결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호구(suckers)’가 되고 싶지 않다며 원색적으로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전년 대비 50% 증액된 13억 달러를 요구하는 미국과 13% 인상을 주장하는 한국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채 장기 표류하고 있다. 언제든 압박 카드로 주한미군 감축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독일과 한국의 상황이 같지는 않다. 경제 규모도 차이가 있지만, 북한과 군사력이 대치하고 있고 중국과 접경한 지정학적 특수성 등에서 구별된다. 최근 중국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는 미국이 안보이익에 마이너스가 될 주한미군 감축에 섣불리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동맹의 포괄적 가치를 단편적인 비용 문제로 손쉽게 치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태도로 볼 때 방심은 금물이다. 특히 석 달여 남은 미 대선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진을 만회할 카드로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한·미 분담금 협상을 주도하던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협상대표가 최근 교체됐는데 배경을 놓고 관측이 무성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의연하게 협상을 계속하되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미국에 제시할 대응 논리를 가다듬고 명분을 구축해야 한다. 미 민주당이 정강 초안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한국을 갈취하려고 했다’며 비판하는 등 미 조야에 주한미군 감축 반대 목소리도 높은 만큼 적절히 연대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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