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가 30일 제주 구좌읍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202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 10번 홀에서 티오프한 뒤 남편 남기협 코치와 대화하고 있다. 남 코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여파로 국내로 불러들이지 못한 박인비의 호주인 캐디를 대신해 골프가방을 들었다. 연합뉴스

‘골프 여제’ 박인비(32)가 5개월 만에 돌아온 필드에서 남편 남기협(39) 코치의 특별한 응원을 받으며 ‘코로나 시즌’을 출발했다. 남 코치는 스윙을 지도하면서 연을 쌓은 박인비와 6년 전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이제 아내의 임시 캐디를 자처하며 올 시즌 2승을 돕고 있다. 경기 초반에 다소 흔들렸던 박인비의 샷과 퍼트는 남 코치의 지원을 받으며 살아났다.

박인비는 30일 제주 구좌읍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파72·6500야드)에서 열린 202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경기는 벼락과 강우로 낮 12시30분부터 2시간30분간 중단됐지만, 박인비는 특유의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회를 순조롭게 출발했다.

박인비에게 이번 대회는 5개월 만의 복귀전이다. 지난 2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휴식기를 가졌다. 올 시즌 첫 출전하는 KLPGA 투어에서 시즌 2승을 조준하고 있다.

LPGA 투어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에서 개막한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으로 재개됐지만, 박인비는 복귀 무대로 제주도를 택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그 이외의 국가를 왕래하는 과정에서 자가 격리와 같은 복잡한 방역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LPGA 투어는 8월 중순부터 레이디스 스코티시오픈, AIG위민스오픈(옛 브리티시오픈)과 같은 영국 대회를 연달아 개최한다. 미국 대회에 출전하면 영국행이 불발될 수 있다. 이중 AIG위민스오픈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규모가 축소된 올 시즌 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다.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는 캐디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인비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인비는 복귀 이전까지 호주인 캐디와 호흡을 맞춰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자가 격리를 포함한 국내 입국 외국인의 방역 의무에 따라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로 캐디를 불러들이지 못했다. 결국 남 코치가 박인비의 골프가방을 들었다. AIG위민스오픈까지 박인비를 조력하는 임시 캐디다. 박인비는 스윙 교정을 받기 위해 2011년에 영입한 남 코치와 3년간 사랑을 키워 2014년에 결혼했다. 박인비는 지금도 남 코치를 처음 만난 2011년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꼽고 있다. 결혼 이후에도 승승장구한 박인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116년 만에 부활한 여자골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박인비는 이제 내년 7월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조준하고 있다.

박인비는 올림픽 타이틀 수성을 위해 앞으로 1년간 질주할 여정을 ‘코로나 시즌’으로 보내게 된다. 그 첫걸음을 남 코치와 함께 내디뎠다. 이날 오전 8시40분 10번 홀에서 출발한 박인비는 13·14번 홀(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흔들렸다. 하지만 바로 다음인 15번 홀(파5)부터 샷·퍼트 감각을 회복하고 ‘버디 쇼’를 펼쳤다. 박인비는 경기를 마친 뒤 “5개월 만의 출전으로 긴장할 수 있었지만 남편이 있어 편안했다”며 “남편이 캐디 역할을 잘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남편이 코치 출신이어서 실수를 빠르게 수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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