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정보원이 21년 만에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뀐다. 당정청은 30일 국정원의 국내 정보 및 대공 수사권을 삭제하고 해외·북한 정보 업무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국정원 전면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 취임에 맞춰 문재인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추진해온 국정원 개혁을 제도적으로 마무리짓겠다는 구상이다.

당정청은 국정원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 및 대공수사권 삭제, 국회 정보위 감사관의 외부 통제 강화, 감찰실장 직위 외부 개방, 집행통제심의위원회 운영 등 내부 통제 강화, 직원의 정치 관여 등 불법행위 시 형사처벌 강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런 논의 내용은 국가정보원법으로 구체화해 올해 정기국회 내에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 명칭이 바뀌는 것은 1999년 김대중정부가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꾼 이후 21년 만이다. 국정원은 해외와 안보 분야에 집중하고 국내 정치에는 개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개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해외 및 북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정청회의에서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내정보관(IO)를 폐지했다. 이런 점들을 법제화해 정치 개입 차단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국정원 개혁의 골자는 국내 정치 개입 차단, 대공수사권 이관과 국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과 민주적 통제 강화도 법 개정을 통해서만 완수할 수 있는 과제”라며 “국정원이 국민이 믿는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당정청은 외부 견제장치를 만들어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정원의 정치 관여 방지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외부적으로는 국회 정보위원회와 감사원의 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내부적으로는 감찰실장 직무를 외부에 개방하고 집행통제심의위원회를 운영해 견제할 방침이다. 국정원 직원의 정치 관여에 대한 형사처벌도 강화한다. 이러한 내용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김병기 민주당 정보위 간사가 대표 발의하는 형식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국정원은 지난 3일 이와 관련한 대규모 조직 개편을 선제적으로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훈 전 국정원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떠나기 전 국정원이 조직 개편을 했다”며 “당시 박 원장 후보자와 협의를 통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3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박 원장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날이다.

국정원은 최근 국정원 1차장이 맡았던 해외 정보 업무와 2차장의 대북정보 업무를 1차장 업무로 통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2차장은 방첩 업무를 맡는 것으로 개편했다. 국정원은 또 과학·사이버·첩보 분야를 담당하는 3차장 직제를 신설했다. 국내 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데 더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이 사라지면서 경찰이 국내 정보 업무를 전담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정원의 국내 정보 기능이 사라지면 경찰에서 국내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데 이에 대한 투명한 외부의 감시와 견제 장치 또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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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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