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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에서 무슨 일이… 북한 권력서열 2위 최룡해 급파

모든 이동·모임 전면 차단한 듯… 성난 민심 다독이려는 행보

최룡해(가운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 제1부위원장이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로 전면 봉쇄된 개성을 찾아 방역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 권력서열 이인자인 최 위원장을 급파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공식 권력서열 2위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코로나19 차단을 목적으로 전면 봉쇄된 개성에 급파됐다. 1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봉쇄 조치에 따른 성난 민심을 다독이려는 행보로 보인다. 최근 재입북한 탈북민 김모(24)씨가 개성에 들어간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나서 이 지역을 봉쇄하는 등 북한은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노동신문은 30일 최 상임위원장이 개성을 방문해 방역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코로나19 감염 의심 월남도주자가 개성에서 발견됐다”며 완전 봉쇄 및 구역·지역별 격폐를 주문한 바 있다.

북한 방역 당국은 개성 주민들의 시·동·군 간 모든 이동을 전면 차단하고,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개성 밖으로의 이동이나 안으로의 유입, 동과 동 사이를 오가는 행위 등이 일절 금지된 채 생활하고 있을 것”이라며 “소속된 집단 또는 기관별로 매주 한 차례씩 진행해온 정치학습 같은 조직 생활도 전부 중단됐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봉쇄 조치가 1주일 넘게 계속되면서 개성 주민들이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도 가중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한과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탓에 평소에도 이동이 제한돼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이번 일로 경제활동이 더욱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서열 이인자가 급파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 위원은 “최 상임위원장을 보내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코로나19 방역을 잘해왔는데, 남쪽에서 바이러스가 넘어오면서 최고위급 인사가 직접 나설 만큼 상황이 나빠졌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개성 마케팅’을 계속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평양 주재 각국 외교관과 국제기구 직원들에게 평양시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신문은 이날 ‘최대로 각성해 비상방역 조치들을 더 엄격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코로나19 방역과 관련된 물품이 북·중 국경을 통해 계속 반입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국내 민간단체인 남북경제협력연구소가 신청한 코로나19 방역물품에 대해 대북 반출을 승인했다. 해당 물품은 소독약과 방호복, 진단키트 등 약 8억원 규모다. 열화상 카메라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7일 취임한 이후 첫 대북 반출 승인 건이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북측의 수령주체는 공개하지 않았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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