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풀빌라 잡았다며? 난 ‘집콕’해” 코로나가 바꾼 휴가 풍속도

코로나 우려 고급호텔·풀빌라 북적

차량들이 2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서초IC에서 양재 방면에 몰려 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행객들의 발길은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지로 몰리고 있다. 서영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여행지로 여름휴가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휴가객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방역이 철저한 고급호텔이나 아예 대면 접촉이 드문 풀빌라 등으로 몰리는 중이다. 그러다보니 비싼 휴가 비용에 아예 여름휴가를 포기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직장인들은 마땅한 여름휴가지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양지은(28·여)씨는 한 달 전부터 휴가 일정을 계획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을 최대한 피하고자 풀빌라 등 대면 접촉이 적은 숙소를 원했지만 찾는 곳마다 예약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고생 끝에 강원도 강릉의 한 스파 펜션을 예약한 양씨는 2일 “코로나19 걱정에 실내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검색하는 숙소마다 남은 방이 하나도 없어서 휴가지를 정하는 데 한참 걸렸다”고 토로했다. 그마저도 1박에 4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을 치르고서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양씨는 “비싼 편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엔 코로나19로 제대로 쉰 적이 없어 돈을 아끼지 말자는 생각으로 예약을 했다”고 덧붙였다.

리조트 회원권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휴가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김모(30)씨는 10만원대로 예약 가능한 리조트 회원권을 갖고도 60만원대 독채 풀빌라를 예약해야 했다. 김씨는 “아무리 성수기여도 매해 회원권으로 예약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예약 대기 상태로 몇 주째 연락이 없었다”며 “기약 없이 늦출 수 없어 다른 곳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백만원이 드는 해외여행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직장인 안주황(31)씨도 여름휴가 시즌이면 1주일 정도 베트남·태국 등 해외 휴양지로 떠났지만 올해는 동해안의 한 고급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안씨도 숙소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모텔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소에는 빈 방이 꽤 있었지만 최대한 사람이 드문 곳을 고르다 보니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다”며 “특히 부모님과 함께 가는 휴가라 코로나19가 더 신경 쓰였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여름휴가 계획을 세웠어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여전하다고 불안해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강원도 홍천의 야외 캠핑장에서 6명이 집단감염되면서 캠핑장·해수욕장 등 야외 휴가지도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혹시 휴가지에서 감염이 된다면 직장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김씨는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챙겨가지만 휴가 도중 감염되면 직장에 민폐니까 조심스럽게 보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안씨는 “웬만하면 사람이 몰리지 않는 해안가나 잠시 들르고 대부분 호텔 안에서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값비싼 휴가 비용 때문에 아예 여름휴가를 포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의사 김모(31)씨는 “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감염 우려도 더 큰 데다 숙박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며 “올해 여름휴가는 포기”라고 잘라 말했다. 직장인 이모(40)씨는 “온 가족이 코로나19를 걱정하며 불안한 휴가를 가느니 안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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