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폭탄에 설상가상 태풍까지… 인재만은 막아야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시간당 최고 100㎜의 물폭탄에 충북에서만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고, 서울과 경기 등에서도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실종자 중엔 신고를 받고 구조현장으로 출동하던 소방대원 1명이 포함돼 안타까움이 더하다. 재산 및 시설 피해도 엄청나 충북선과 태백선 철도 전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침수 및 산사태 피해는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다.

더 걱정인 것은 이 같은 장대비가 앞으로 며칠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설상가상 대만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제4호 태풍 하구핏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각별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시간당 11㎞로 북상 중인 하구핏은 4~5일 중국을 거쳐 6일 함흥 남남서쪽 약 50㎞ 부근 육상을 지날 것으로 보여 태풍이 한반도를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찰나의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장마의 특징은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 많은 양의 비를 뿌렸다는 데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이번 장마 특성 때문에 신속한 대처가 쉽지 않았던 점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산 초량지하차도 사망사고에서 드러났듯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방재 당국의 책임까지 면제될 수는 없다.

정부는 어제 긴급 점검 회의를 열어 풍수해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다시 심각으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3단계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배운 교훈이 있다면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는 것이다. 이번 장마에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조속한 피해 복구 못지않게 수해 취약지역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천재는 불가항력이라 하더라도 인재만은 막아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량만으론 역부족이다. 민간분야도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앞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가 잦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의 타성에 젖은 땜질식 처방으로는 새로운 유형의 수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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