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가’ ‘와이프’… 연극 갈증 날릴 기대작 쏟아진다

여름을 맞아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연극 작품들이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특히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아쉽게 연기됐던 굵직한 작품도 포함돼 기대를 모은다.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연극들이 8월 잇따라 관객과 만난다. 특히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굵직한 작품도 가세했다. 사진은 배삼식 작가가 쓴 국립극단 70주년 신작 ‘화전가’. 국립극단 제공

공연을 앞둔 여러 화제작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국립극단의 시즌 개막작 ‘화전가’다. 오는 6~23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화전가’는 당초 2월 28일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개막 직전 공연을 취소했었다.

지난 7월 이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오르기로 결정되자 관객들의 기대감은 상당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예매 시작 단 1시간 만에 1차 티켓 예매분이 동났고 인파가 서버에 몰리면서 국립극단 홈페이지가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화전가’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현재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극작가 중 한 명인 배삼식 작가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어서다.

배 작가는 1998년 데뷔 이후 창작극과 번안극, 뮤지컬과 마당놀이, 동서양 고전에서 현대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극을 개성적 형식과 깊이 있는 사유, 공감도 높은 대사로 전달해 왔다. 지난 2017년 국립극단에서 선보인 ‘1945’(2017)처럼 한국 근현대사 질곡과 개인의 삶을 결합한 작품은 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화전놀이라는 전통적 소재에 기반을 둔 ‘화전가’는 국립극단이 창단된 시기이기도 한 한국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4월 경북 안동을 배경으로 아홉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데올로기의 대립 등 역사적 격랑 속에 완전히 빠지기 전의 한때가 따뜻하게 그려졌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직접 연출하는 이번 무대에는 예수정 전국향 김정은 등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박승원 음악감독 등 정상급 스태프가 가세했다.

오는 7~16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오르는 ‘레미제라블’도 관객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무대화 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워낙 유명하지만 국내에서 ‘50대연기자그룹’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종종 연극으로 공연한 바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2020 연극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

이번 공연은 오현경, 박웅, 임동진 등 원로 배우와 문영수, 최종원, 윤여성, 이호성 등 중견 배우들과 함께 1400여명의 오디션 지원자 가운데 28대 1 경쟁률을 뚤고 발탁된 젊은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50명의 젊은 배우 명단에는 걸그룹 티아라 출신의 함은정도 포함됐다. 동국대 연극학과를 졸업해 ‘드림하이’(KBS2) 등 드라마에서 드문드문 얼굴을 비췄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판틴의 딸 코제트 역을 맡아 프로 연극 무대 데뷔전을 치른다.

앞서 5번의 ‘레미제라블’ 공연의 연출은 박장렬 경남도립극단 예술감독이 맡았으나 이번에 차세대 연출가 이성구로 바뀌었다. 이 연출가는 “프랑스 혁명사와 한 인간의 개인사가 만나는 지점을 짚고자 한다. 관객 모두 장발장이 되고 코제트가 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위로가 되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차세대 연출가 신유청의 ‘와이프’. 세종문화회관 제공

8~23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신유청 연출가의 화제작 ‘와이프’가 앙코르 무대를 가진다.

지난해 서울시극단 창작플랫폼을 통해 처음 선보인 ‘와이프’는 백상예술대상을 비롯해 굵직한 시상식에서 상을 거머쥔 작품으로 지난달 30일부터 4일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 오른 공연이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되는 저력을 보여줬다.

신 연출가는 지난해 ‘녹천에는 똥이 많다’ ‘그을린 사랑’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스타 연출가로 떠올랐다. 그의 작품이 흥행하는 이유로는 소외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첫째로 꼽힌다. 영국 극작가 사무엘 아담슨의 작품을 무대화한 ‘와이프’ 역시 시대를 거듭해온 젠더 권력의 불균형 문제를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독특한 서사구조의 ‘와이프’는 여성 서사의 시초격인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이 끝나는 시점에서 출발해 100년의 역사를 관통한다. 1959년·1988년·2019년·2042년 배경의 네 커플을 보며 관객은 여성의 권리 신장과 성 소수자를 둘러싼 사회시선의 변화를 통시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속도감 있는 연출 덕에 연극 작품으로는 다소 긴 180분의 러닝타임도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간다.

캐스팅은 앞선 세종문화회관 공연과 동일하다. 초연해 참여했던 배우 이주영 오용 백석광 정환에 더해 손지윤 우범진 송광일 김현이 새롭게 합류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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