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로 내다 급류 휩쓸린 노모, 구하러 뛰어든 딸·사위도 실종

폭우 속 안타까운 순간들

2일 오전 충북 충주시 산척면 일부 도로가 집중호우로 유실돼 끊겨 있다. 충주소방서 소속 소방관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장소다. 연합뉴스

충북 단양군의 어상천면과 영춘면 지역은 2일 하루 동안만 28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영춘면 10개 마을은 고립됐고, 하천 일부는 범람해 토사가 유출되면서 도로 통행은 곳곳이 끊겼다. 기록적인 폭우로 논과 밭 대부분은 물에 잠겼다.

어상천면 심곡리에 살던 A씨(72·여)는 낮 12시10분쯤 농작물 침수를 막으려 밭에서 배수로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산 쪽에서 급류가 몰아닥쳐 A씨를 휩쓸고 내려갔다.

인근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딸과 사위는 급류에 몸을 날렸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내 이들은 엄청난 속도로 아래쪽으로 내려가던 물살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 실종돼 오후 5시 현재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마을 주민이 급류에 휩쓸리는 A씨는 목격했지만 딸과 사위를 본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양군 관계자는 “밭 배수로에 물길을 내던 A씨가 그만 급류에 휩쓸리자 이를 본 A씨의 딸과 사위가 구하려고 뛰어들었다가 함께 실종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사고현장 접근도 어려워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외지에 살고 있는 딸과 사위가 단양의 부모님께 문안 인사를 하러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딸과 사위가 어머니와 함께 밭에서 배수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소방 관계자는 “드론 등으로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아직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현장에 구조대를 급파해 수색 중이다. 수색작업에는 소방관 41명과 경찰 8명이 동원됐다. 드론 2대도 실종지점을 중심으로 비행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 도로가 물에 잠긴 상태여서 현장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수위가 조금씩 내려앉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들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최대 3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수색에 난항이 우려된다.

이번 폭우로 충북에서는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해 충북도소방본부 집계 4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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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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