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효과 길게, 세게… 항원 보강제가 있었네

코로나 대응 면역 일시적 활성화… 제조시 백신 양 줄여줘 생산 증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예방백신 개발에 모아져 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 가격에 접종할 수 있도록 대량 생산과 원활한 공급이 중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적은 양으로 많은 백신을 만들 수 있고 면역 효과는 더 강력하고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 ‘항원 보강제(Adjuvant)’ 기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항원 보강제는 주사 부위에서 면역체계의 일시적 활성화를 유도해 항원에 대한 면역(항체) 반응을 증가시킨다. 새롭게 등장한 병원체에 대항해 효능이 개선된 백신을 만들기 위해 1930년대부터 활용되기 시작했다. 항원(코로나19의 경우 S-단백질)과 함께 면역증강 물질을 넣어 백신을 만든다. 알루미늄 화합물이나 상어에서 추출한 스쿠알렌, 리포좀 등이 원료로 쓰인다. 국제백신연구소(IVI) 최정아 책임연구원은 3일 “최근에는 홍삼에서 추출한 사포닌 성분, 면역조절 물질 사이토카인 등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제품화된 건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항원 보강제가 사용된 백신은 항원만 사용한 백신보다 면역효과가 더 강하고 오래 가기 때문에 특히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에게 효과적이다. 10여종의 항원 보강제가 개발됐으며 백신마다 다른 성분이 쓰인다. 독감(인플루엔자), 자궁경부암, 대상포진 백신 등 그간 개발된 상당수 백신에도 이런 항원 보강제가 사용되고 있다.

항원 보강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1회 접종 분(도스)당 필요한 백신의 양을 줄여줘 한 번에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100명 분의 백신 단백질(항원)이 10g이라 가정할 때 항원 보강제를 사용하면 그 양을 절반 혹은 3분의 1가량 줄일 수 있다. 같은 항원 양으로 300명, 200명 분의 백신을 더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시 도입된 항원 보강제 기술은 백신 생산량을 2~4배 늘려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빠른 진화를 위해선 이런 항원 보강제 기술을 접목한 백신 개발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20년 넘게 항원 보강제 기술을 연구해 온 글로벌제약사 GSK가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연구기관을 지원하는 국제 공공-민간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에 항원 보강제 기술을 무상 제공키로 했다.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와는 별도의 항원 보강제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항원 보강제 기술의 걸림돌 또한 안전성 문제다. 신종플루 사태 당시 개발된 항원 보강제 백신의 경우 ‘발작성 수면’의 위험성이 확인됐다. 계절 독감이나 자궁경부암 백신에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최 연구원은 “항원 보강제 백신은 ‘면역 과반응’(발열, 발진 등)을 일으킬 수 있고 항원에 따라선 반응이 다를 수 있다”면서 “아직 코로나19 항원에 맞는 항원 보강제가 뭔지, 접종 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연구결과가 없어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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