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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보완해야 할 주택임대차 제도

김남근 변호사 (참여연대 정책위원)


‘계약 갱신’ ‘인상률상한제’와 같은 임대차 안정화(Lease Stabilization) 제도는 서구 유럽과 미국 대도시에서는 1960년대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임대차 안정화 정책은 크게 ‘계약 갱신-인상률상한제-분쟁조정-임대차 신고와 임대차 정보 제공’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핵심 철학은 계약 갱신을 통해 임차인이 쫓겨날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임대료 등 임대 조건을 대등하게 협상해 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통해 쫓겨나지 않게 됐다고 해서 임대인과 바로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차인을 대변해 임대료 협상을 지원하는 세입자단체를 육성·지원해야 한다. 독일 베를린시는 세입자단체의 법률 상담과 협상 지원 활동에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시에 진입하는 세입자들에게 임대차 보호 법령을 설명하고, 세입자단체를 안내하는 ‘가이드북’을 나눠주고 있다.

또 임대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분쟁조정 기구와 법원의 신속한 결정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일본의 경우 차임증감 청구가 제기되면 사전조정 절차를 거쳐 법원의 일정한 기준 하에서 신속한 임대료 수준을 결정하고 있다. 2년의 임대차 기간이 끝나면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임대 조건으로 재계약하는 관행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인상률상한선이 마치 임대료를 정하는 ‘가이드라인’처럼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 5% 인상률상한제는 임대료가 지나치게 폭등하는 것을 막는 최후의 장치일 뿐이다.

임대차 안정기에 5%의 임대료 인상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신규 임대차 계약 시 임차인은 종전 임대료에 관한 구체적 정보 없이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계약에 임하게 된다. 이러한 불공정 계약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임대차 신고로 파악되는 지역의 상례적인 임대료 수준을 바탕으로 적정 임대료(표준임대료)에 관한 정보를 임차인에게 제공해야 한다.

4년의 단기간 내에서만 계약 갱신을 인정하는 입법례는 찾아볼 수 없는데, 일단 임대차 안정화 정책을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2+2’의 계약 갱신 제도가 도입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4년이 되는 시점에 전국의 임대차가 일제히 신규 계약(재계약)에 돌입하게 되므로 4년마다 임대료 인상의 홍역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로마법 이래로 임대차 계약은 고용 계약처럼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계약으로 하고, 임대인이나 그 가족이 거주할 필요성이 있거나 임대료 연체 등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임대차를 해지하거나 갱신 거절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을 더 늘려 임대차 종료 시점을 여러 해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신규 임대차에 인상률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임대인들은 종전 임차인과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신규 임대차를 통해 임대료를 인상하려는 유인이 커지게 된다. 임대료 규제를 안정적으로 해 왔다는 베를린, 파리, 뉴욕 등의 대도시에서 최근 임대료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도 이러한 신규 임대차에서 임대료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임대차신고제로 종전 임대료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됐으므로 신규 임대차에 대해서도 종전 임대차와 비교해 인상률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베를린, 파리, 뉴욕 등에서는 2010년대 후반에 신규 임대차에 대해서도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입법이 시행되고 있다. 의미 있는 시작을 했지만 4년 이내에 이러한 입법이 보완돼야 제대로 된 임대차 안정화 기능을 할 수 있다. 다른 나라 대도시 행정에서 50년 동안 해 왔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차근차근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남근 변호사 (참여연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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