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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기판 전락… 미국인 혼자 아파트 42채 ‘줍줍’

3년간 7조6000억원어치 사들여 수도권 집중… 국세청, 세무조사 착수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3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외국인 탈세 혐의자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면서 여러 채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 탈세 혐의자의 수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적의 40대 A씨는 수도권과 충청권 지역에 무려 42채, 67억원 상당의 소형 아파트를 갭투자(전세를 안고 아파트를 사는 것) 방식으로 취득했다. 그는 일부 아파트에 대해 주택임대업 등록을 하지 않고 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그러나 A씨가 어떤 돈으로 수십 채의 아파트를 구매했는지 자금 출처는 불분명하다. 한국 내 소득이 많거나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취득 당시 외국으로부터 외환 수취액도 없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이 ‘외국인 투기판’이 되고 있다.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외국인이 사들인 국내 아파트는 총 2만3167채인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금액만 7조6726억원이다.

국세청은 3일 외국인 부동산 투자자 42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취득 건수는 2017년 5308건에서 지난해 7371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1~5월에는 3514건의 취득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인, 미국인, 캐나다인, 대만인, 호주인, 일본인 순으로 많았다.


외국인은 수도권을 집중 공략했다. 최근 3년간 총 7조6726억원의 거래금액 중 42.7%(3조2725억원)가 서울에서 이뤄졌다. 다음으로 경기도(2조7483억원), 인천시(6254억원) 순이다. 그러나 이들이 취득한 아파트의 32.7%는 실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두 채 이상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도 전체의 4.5%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실제 거주하지 않는 국내 아파트를 여러 채 취득·보유하고 있는 것은 투기성 수요라고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적발한 사례에서 미국인 A씨 외에 유학 목적으로 입국한 후 여러 아파트를 구입한 중국인도 있었다. 30대 중국인 B씨는 서울 소재 고가 아파트 및 경기, 인천, 부산 등에 총 8채의 아파트를 취득한 후 7채에 대한 임대수입 신고를 회피했다. 국세청은 B씨의 아파트 취득 자금 출처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정밀검증에 들어갈 방침이다.

외국인은 부동산 취득 시 내국인과 동일한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내국인은 부동산 구매 시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 반면 외국인은 자유로운 편이다. 이에 한국 부동산 과열을 틈타 투기성 자금이 흘러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대상자의 임대소득 탈루는 물론 취득 자금 출처, 양도소득 탈루 혐의 등에 대해 철저하게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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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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