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나라 싹쓸이 논란 속 ‘누구 먼저 접종?’ 국제적 딜레마

백신 개발 임박… 선순위 논쟁 시작

한 시민이 3일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하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3명으로 이 중 지역발생은 3명에 그쳤다. 5월 8일 1명을 기록한 이후 87일 만에 최저치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이 연내 개발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윤리적이고 의학적인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누가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와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지난주 3만명을 대상으로 한 마지막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다국적 기업 존슨앤드존슨,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도 대규모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도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P통신은 “코로나19 백신을 누가 먼저 맞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의 배분과 배포에 대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와 고민을 전했다.

WHO, 부자 나라 ‘사재기’ 걱정

백신의 배분은 국제적 딜레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난한 나라들에 백신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부자 나라들이 먼저 나서서 코로나19 백신을 사재기할 경우 WHO는 더욱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에선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의 면역업무자문위원회가 어떤 사람들에게 백신을 언제 맞혀야 하는지를 권고했고, 미국 정부는 이를 항상 따랐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은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이 때문에 미국 국립의학학회의 윤리학자와 백신 전문가들도 코로나19 백신 배포에 대해 자문을 해줄 것을 요청받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CDC의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백신 할당에 대한 원칙을 제시했다. ‘공평하고, 공정하며,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 맞아야 할 수도…수량은 더 부족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당분간 세계적 수요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량 부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은 약효 때문이다. AP통신은 가장 잠재력이 큰 백신은 두 번 맞아야 효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1억회 분량의 백신이 있어도 5000만명에게만 약효가 있다는 얘기다.

전통적으로 백신은 보건 의료진과 그 질병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먼저 맞아왔다. 콜린스 NIH 원장은 여기에다 지역의 개념을 추가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친 지역의 사람들도 우선순위에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CDC가 제안한 ‘접종 1순위’

미국 CDC가 현재까지 내놓은 제안은 대략 이렇다. 가장 먼저 백신을 맞는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의료진, 국가안보 종사자, ‘필수(essential)’ 노동자들이다. CDC는 이들을 1200만명으로 추산했다.

두 번째 접종 대상은 코로나19에 취약한 사람들이다. 장기요양시설에 머무는 65세 이상 노인들, 나이와 상관없이 질병이 있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1억1000만명에 달한다. CDC는 필수 노동자들을 두 번째 대상군에도 중복 포함시켰다. 일반인들은 이들에 이어 세 번째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밀집된 환경에 살면서 의료시설 접근이 힘들고, 직업적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도시 빈민들도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맞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누가 필수 노동자냐…논쟁 본격화

CDC 제안에 대해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코로나19 치료시설에 있는 의료진은 보통 최고의 보호를 받는 반면 일반 의료진은 위험상황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수 노동자의 구분도 애매하다. 예를 들어 닭고기 공장 노동자와 학교 선생님이 필수 노동자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논쟁거리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또 질병이 있거나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취약계층의 백신 투약 효과가 젊은 층이나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약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에도 취약 계층에 먼저 백신을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면역 체계가 활발하지 못한 노인들에 대해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투약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한 빨리 백신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펼치고 있다. 백신이 개발될 경우 ‘드라이브스루’ 접종, 임시 진료소 설치 등의 아이디어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나온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WHO는 3일 화상 브리핑에서 “우리 모두 효과적인 백신을 희망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코로나19에 대한 특효약(silver bullet)은 없고 영원히 없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WHO는 “마스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전 세계 연대의 상징이 돼야 한다”며 마스크 착용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챌린지를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