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평생 월세로 살다 죽으란 건가” 임차인들조차 아우성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3일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위로 비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당정은 부동산 대책 관련 후속 법안 국회 처리가 예정된 4일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임대차 3법’을 놓고 정작 임차인들은 “누구를 위한 법이냐”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갑작스레 피해를 볼 위기에 처한 ‘착한’ 임대인들이 ‘악한’ 임대인을 자처하는 현상도 빚어진다.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중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포함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임차인 전월세 거주를 최대 4년간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법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됐다. 전월세신고제의 도입 근거가 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세입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A씨(45)는 자녀 학교 문제로 오래 거주해야 한다는 세입자 사정을 고려해 굳이 보증금을 올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임대차 3법 통과 후 재계약 시 무조건 5%를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A씨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변 시세도 뛰고 5%를 안 올리면 나만 바보된다”며 “임대인을 죄다 재테크업자, 다주택자로 몰아간 정책이 착한 임대인도 악덕 임대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약갱신 시 임대료 인상 한도를 제한한다는 취지가 임대인들 사이에서는 ‘5%는 무조건 올려야 한다’는 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제 2~3% 임대료를 올리던 지역도 5%를 높이는 일이 벌어진다”며 “고속도로를 시속 100㎞로 제한했더니 다 그 속도로 가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2년 더 거주하는 것 외에 임차인에게 이득이 없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임차인들은 임대차 3법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맞느냐고 반문한다. 경기 지역 전세입자 정모(38)씨는 벌써부터 치솟는 전세가에 걱정이 태산이다. 정씨는 “지난 3월 봤던 집이 6억5000만원이었는데 지금 8억5000만원으로 2억원 뛰었다”며 “4년간 못 받을 걸 미리 받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년은 5%를 올려도 그 기간이 끝나면 몇 억원을 더 준비해야 하는데, 그땐 전세도 못 구해 거리를 전전해야 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세 입성’을 꿈꾸던 이들은 자포자기 상태다. 올해 월세에서 전세로 옮기려 했던 직장인 강모(28)씨는 “전세가도 오르고 물량도 줄어드는데, 돈 없고 집 없는 젊은 사람들은 평생 월세나 내면서 살다가 끝나라는 거냐”며 억울해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임대인 입장에선 전세보다 월세가 이득이니 전세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지금 재계약한 이들의 만료 시점인 2년 후부터 바로 전세가 폭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파리도 비슷한 법을 시행할 때 파리를 14개로 쪼개 상한율을 다르게 정했다”며 “전국 5%가 아니라 지역별로 탄력적으로 하는 등 정교한 안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대차 3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민단체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참여연대가 주최한 임대차 3법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1회 갱신권을 행사한 이후, 즉 신규 계약 시의 인상률에 관한 규정이 없다”며 “신규 계약 시 임대료가 폭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로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기판 전락… 미국인 혼자 아파트 42채 ‘줍줍’
서울 아파트값 7월 상승폭 올 최대… 6·17대책 후폭풍 거셌다
태릉골프장·용산정비창… 당정, 오늘 10만호 공급대책 발표
적폐 전락한 전세, 집주인 10명 중 9명 “월세로 전환” [이슈&탐사]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