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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빅데이터!… ‘실적 악화’ 보험의 새 활로 주목

우수 고객 예측 모델 개발 등 활발… 보장 범위 넓혀주고 보험료 더 받아


한화생명은 2017년 5월 이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연간 100억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거뒀다. 고객 요구가 높은 입원이나 수술, 암 진단 등과 같은 보장 범위를 넓혀주고 보험료를 더 받은 것이다. 통상 보험사들은 위험 관리를 위해 나이 등을 따져 보장 항목에 제한을 둔다. 보험료 수입보다 보험금 지급액이 더 커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고객이 입원·수술 등 원하는 보장을 더 추가하려 해도 거절하는 경우가 벌어지곤 했다.

어떻게 보장 범위를 늘릴 수 있었을까. 한화생명은 2011년 이후 새로 계약된 70만건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위험도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고객 성별과 연령, 비만도, 음주·흡연 여부 등 총 8400만건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와 질병 우려가 낮은 ‘우량 고객’군을 선별했다. 이렇게 골라낸 우량 고객에겐 보장 금액 한도를 넓혀줬다. 고객은 기존 보장 범위에서 낮은 보험료와 더 넓어진 보장 범위에서 높아진 보험료를 선택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보험 선택의 폭이 확대된 것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빅데이터 활용으로 매년 7200명 넘는 고객이 보장 한도 확대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초(超)저금리 시대에 실적 악화로 신음하는 보험업계가 빅데이터를 통해 생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더 정교하게 우수 고객을 선별하고 새로운 보험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빅데이터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달부터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심사예측 모델을 이용한 ‘우대심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보장성 계약 11만건을 분석해 우량 고객에게 심사 기준 완화, 서류 면제 등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존 비우량 고객을 선별해 ‘감점’을 매기는 형태의 보험 심사(언더라이팅) 방식을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핀테크 및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KB손해보험은 배달대행 업체 배달의민족, 인슈어테크 기업 스몰티켓과 함께 ‘KB플랫폼배달업자이륜자동차보험’을 선보였다. 유상배달 업무를 하며 필요한 시간만 보장받을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형 보험 상품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와 손잡고 한국환경공단이 제공하는 대기 데이터를 활용한 ‘미세먼지질병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포화 상태인 보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혁신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 확대밖에 없다는 게 보험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생명보험사 23곳과 손해보험사 16곳의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CEO들은 시급한 경영 과제로 ‘신기술(빅데이터·AI) 활용 제고’(21%)를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는 길은 빅데이터 활용 역량에 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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